9박 10일간 머무른 숙소. Capsule Value Kanda를 처음 보고 찍은 사진. 


캡슐의 모습.


옷장의 크기. 상당히 작은 편이다. 캐리어 하나를 억지로 넣으면 들어갈 정도. 나중에는 그냥 캐리어를 캡슐 안에 넣고 옷장에는 옷과 가방을 넣고 썼다. 




출국 전날 까지 내가 한 여행준비는 대부분 음악을 예습하는 것이었다. 누군가 지금 뭐하고 있냐고 물었을 때 '여행 준비한다'라고 대답했는데 이 준비라곤 모두 음악 듣는 것 뿐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 기간 해외 여행을 혼자 가는 것이 처음이라 나름 챙겨갈 물건이 뭐있나 준비를 하긴 했다. 그래봤자 산 거라곤 110v용 돼지코 두 개 뿐이었지만.


화요일에는 랩 세미나와 스터디가 있었는데 스터디를 조금 앞 당겨서 했다. 스터디가 끝나자마자 택시타고 대전 정부청사 터미널로 가서 공항 리무진 버스 탑승. 2009년에 중국에 갈 때는 출국 시에 두시간 정도 일찍 가야된다는 걸 몰라서 1시간도 채 안남게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항공사 카운터가 닫힌 뒤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었다. 그래서 이번엔 여유있게 도착하려고 노력했다. 도착해서도 인쇄해놓은 예약 확인서를 안 챙겨왔다는걸 알고 땀 좀 흘렸지만, 다행히 별 탈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에어 아시아는 말레이시아에 본사가 있지만 따로 에어 아시아 재팬이 있는 듯 했다. 기내의 모든 승무원이 일본인이었고 승객들도 일본인이 많은 것 같았다. 일본어라곤 아리가또와 스미마셍 밖에 몰랐기 때문에 주위에서 들려오는 일본어들을 당연히 이해할 수 없었고, 아 내가 정말 외국에 가는구나라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나리타 제 2터미널에 착륙하면 공항 건물까지는 버스를 타고 간다. 버스 문이 왼쪽에 달린 것을 보고서야 정말 일본에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거기다 일본인의 특성이라는 마스크를 쓴 사람이 많았으니 독특한 광경이었다. 입국 심사대에는 스키를 타러 온 단체 관광객들이나 한국인 관광객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거의 1시간 가량 기다리고 나서야 통과할 수 있었는데 사진을 찍고 지문을 찍는 등의 절차를 밟았다.


나리타 공항의 가장 큰 단점은 하네다 공항에 비해서 도쿄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조사해본 결과 게이세이 액세스 특급을 타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는 것을 알았는데 도쿄 시내 까지 가는데 약 70분 정도 걸린다. 가격은 1200엔 정도. 더 비싸고 빠른 스카이라이너나 JR의 나리타 익스프레스 등이 있지만, 굳이 빨리 갈 필요가 없었기에 적당한 게이세이 열차를 이용했다.


게이세이 닛포리 역에서 JR선으로 환승해야하는데 여기서부터 대충 도쿄 열차 교통의 특징을 알 수 있었다. 서울이야 1호선 부터 9호선 까지 공기업이 만들었던 민간이 만들었던, 코레일이나 서울 메트로나 상관없이 모든 지하철 역이 다 이어져 있고 쉽게 환승할 수 있다. 하지만 도쿄에는 도쿄 메트로를 제외하고서도 JR선, 게이세이 선, 케이오 선 등 다양한 교통선들이 있다. 그리고 모두들 환승 서비스가 연동되지 않고 역사도 따로 쓴다.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게, 도쿄 메트로는 말그대로 지하철이고 JR은 지하철이 아니라 전철이기 때문이다. 닛포리 역에는 이 때문에 JR역 입구에 '이곳은 게이세이 선 출구가 아닙니다'라는 식의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여기서 JR선을 탑승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이세이 선 역사를 빠져나온 다음 다시 티켓을 끊고 JR선으로 들어가야 한다. 


도쿄에 있는 동안 이용한 교통이라곤 지하철과 전철 밖에 없었다. 버스도 타볼까 생각은 했지만 공연장들에 대한 접근 정보가 대부분 지하철로만 제공된다는 점, 노선 검색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는 점, 기타 안내문 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된다는 점에서 지하철만 이용했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티머니에 해당하는 스이카(Suica) 카드를 첫날에 구입했다. 2000엔을 주고 구입하면 500엔 보증금에 1500엔의 요금이 카드에 충전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JR선에 탑승해 칸다 역에 내렸다. 칸다 역에서 호텔 까지는 상당히 가까운 거리였다. 숙소에 도착하니 저녁 10시 반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아무 것도 못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정말 배가 많이 고팠다. 짐을 대충 넣어놓고 근처에 있는 식당들을 둘러보다가 식당 밖에 쿠폰 자판기가 설치되어있는 라멘 집을 찾았다다. 일본어를 못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식당에서 주문하는 문제였는데, 이렇게 쿠폰 자판기가 설치된 식당은 그 걱정을 덜어주기 딱이었다. 물론 메뉴 그림이 있지 않는 이상 내가 시킨게 무엇일까는 그저 복불복.


이 가게는 주인 혼자 운영하는 라멘 가게였는데, 내 부족한 한자 실력으로 대충 기억해내보면 野郞이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다. 시킨 메뉴도 이 이름을 붙인 라멘이었는데 진한 돈코츠 라멘이었다. 요리하는 과정을 바 테이블에 앉아 구경할 수 있었다. 돈코츠 라멘은 보통 한국인들이 먹기 힘들어한다던데, 배가 고프니 그런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숙주나물과 면이 넘칠듯 담긴 그 라멘을 정말 허겁지겁 먹었다. 그렇게 배가 고팠음에도 불구하고 다 먹기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돈코츠 라멘이 한국인 입맛에 별로 안 맞는다는 게 무슨 이야기인지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기름기 넘치는 면 음식이 없으니까.

생각해보면 베이징에 가서도 처음 먹은 음식이 돼지고기를 우려낸 국수였던 것 같다. 일본에서도 또 비슷한 요리를 먹었으니 돼지고기가 들어간 면 요리와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지도.


내가 머문 숙소는 캡슐 밸류 칸다(Capsule Value Kanda)라는 캡슐 호텔이었는데, 사실 호텔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한 곳이다. 우리나라 찜질방과 비슷하게 공용 욕실이 있는데 잠자는 곳만 캡슐식(1m, 1m, 2m 크기)으로 되어있는 것이다. 단 공용 샤워실은 우리나라 찜질방에 비해서 훨씬 작은데, 샤워기 네 대에 탕 하나만 있다. 그래도 캡슐 침대는 생각보다 넓고 편했다. 중간크기 캐리어 하나는 캡슐 안에 넣고 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 베개와 이불은 매일 세탁하는 것이니 깔끔했고 생각보다 꽤 편안했다. 캡슐 바깥에 블라인드를 치면 완전히 개인공간이 되긴 하지만 방음은 되지 않아 사람들이 코골거나 돌아다니는 소리가 꽤 들리는 편이다.


숙소를 여기로 정한 이유는 단 하나.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기숙사 형식으로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호스텔을 사용해도 3~4천엔 정도인데 이곳은 4박 이상일 경우 40%할인해서 1박에 1800엔이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9박이나 해야되는 내 입장에서 여행경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좀 괜찮은 숙소에서 자려면 여기에 공연 티켓값 하나 정도는 더 해야한다. 

평소에 찝질방에서 잘 때 쉽게 잠에 못 들거나 하는 수준이었는데 캡슐 호텔은 좀더 편했다. 혹시 캡슐 호텔을 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찜질방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찜질방에서 불편하지만 어찌어찌 잘 수 있다는 분들이면 캡슐 호텔에서는 여행에 무리없이 편하게 잘 수 있을 거다. 난 첫 날에는 조금 뒤척이고 중간에 깨기도 했지만 다음날 부터는 중간에 깨는 일도 없이 푹 잤던 것 같다. 불편한 점 하나는 매일 아침 10시에는 옷장과 캡슐을 다 비우고 나와야 한다는 것. 거기다 이 곳에는 다른 캡슐 호텔과 달리 추가 락커가 없기 때문에 그냥 휴게실에 짐을 놓고 다녀야한다. 매일 옷을 갈아입고 캐리어에 고이 넣어서 보관하는 것도 조금 번거로운 일이고 락커가 아닌 휴게실에 노트북과 캐리어를 보관한다는 게 조금 꺼림찍했다. 나같은 장기 투숙객도 몇명 있어서 휴게실에 짐을 놓고 다니는 사람도 꽤 많았고 cctv도 잘 되어있어 분실 사고는 없었다. 다만 확실하진 않으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니 부탁했던 우편물이 도착했다고 나에게 건내줬다. 구매대행사를 통해 경매로 구입한 N향의 16일 공연 티켓. 바로 다음날이 공연이라서 만약 15일에 도착이 안 돼있다면 일정이 다 꼬여버렸을 텐데 다행히 잘 도착했다. 구매대행사와 이 문제 때문에 상당히 다퉈서 걱정을 많이했었다. 이렇게 일 처리 잘할 수 있으면서 왜 말은 그런 식으로 해서 사람 빈정 상하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캡슐 밸류 칸다Capsule Value Kanda의 홈페이지 : http://capsuleinn.com/kanda/

홈페이지를 찾는데 의외로 애를 먹었던 것 같다. 영어로 검색하면 대부분 호텔 예약 사이트만 나오는데, 공식 홈페이지 링크 있는 곳을 찾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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