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맨 유롭스키의 로시니.


신혼여행 가는 와중에 예습용으로 보았던 영상이다. 체네렌톨라 예습용으로 샤이보이님에게 영상물 두 종을 빌렸다. 하나가 샤이 빈 슈타츠오퍼였고 다른 하나가 이 글라인드본 실황이었다. 샤이가 한글 자막이 달려있어 샤이 껄로 보려고 했지만 연주나 연출이 글라인드본이 압도적이라 결국 중간에 글라인드본으로 갈아탔다.

아는 가수는 한명도 없지만 역시 글라인드본 답게 잘해준다. 개개인의 기량보다 단체의 앙상블이 더 중요하기에 칼 같이 잘 맞아 떨어지는 안정적인 앙상블이 참 좋았다. 여기에 피터 홀Peter Hall의 연출 역시 영국 연출의 장점을 잘 살려낸다. 사실적인 연기, 난해하지 않은 해석, 유려하며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자인. 작은 조명 변화로 음악에 어울리는 분위기 전환도 잘 만들어낸다. 전통적 연출을 사랑하는 사람과 현대 연출의 옹호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모범적인 연출이다. 글라인드본에서는 확실히 희극 버프가 있다.


그래도 이 영상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유롭스키의 지휘다. 뭘 해도 잘 하는 믿고 듣는 지휘자인데 로시니도 탁월하다. 가볍고 또렷하게 정제된 아티큘레이션으로 런던필을 이끈다. 로시니 스페셜리스트인 미켈레 마리오티와 견줄 정도로 상큼하고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가수들을 반주해주는 것도 안정적이고 가볍지만 폭넓고 확실한 다이나믹을 보여준다. 듣고 있으면 행복해지는 로시니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고보니 유롭스키가 글라인드본을 그만두고나서 오페라 영상들이 더 이상 안 나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딱 하나 나온 볼쇼이 루슬란과 류드밀라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DVD로만 출시됐다. 한창 오페라 보기 시작할 때 유롭스키 지휘의 글라인드본 영상들을 참 많이 봤었다. 유롭스키가 뮌헨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차기 감독으로 내정됐다는데 훌륭한 결정이다. 콘서트 오케스트라만 맡고 있기에는 오페라에 대한 재능이 너무 아까운 지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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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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