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세다가 토리노 왕립 극장과 내놓는 영상물은 대체로 준수한 퀄리티를 내주었다. 이탈리아 극장 답게 연출이 심심한 편이지만 노세다 같이 탄탄한 지휘자가 이끄는 공연은 반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흡족스러웠다. 여기에 대체로 가수들의 퀄리티도 훌륭했다.
하지만 이 라보엠은 여러모로 아쉽다. 일단 노세다의 지휘가 나쁘지 않지만, 그것 만으로 굳이 이 공연을 보게 만들 만큼 매력이 있진 않았다.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미미 역을 맡은 이리나 룽구Irina Lungu는 비브라토가 과도해서 듣고 있기 힘들었다. 다른 가수들도 평범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라 푸라 출신인 알렉스 올레가 연출을 맡았다기에 조금 특별한 맛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아파트의 좁은 방에 살고 있는 보헤미안의 모습은 잘 나타났지만 감탄할 만한 연출 포인트는 없었다. 이제 라 보엠 연출은 연극적인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거나 아니면 구트나 헤어하임처럼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나 해야 성에 차는 것 같다.
여행 중에 나폴리에서 볼 라보엠을 위해 아내님과 함께 보기 위해 구입했던 타이틀이다. 한글자막도 달려있는데 자막 번역이 정말 엉망이다. 거의 왈도체 수준의 조악한 직역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과장된 라보엠의 대사들이 더 해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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