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이하의 공연.
파벨 하스가 다른 건 못해도 스메타나 만큼은 잘 하겠지 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날카롭고 패기 넘치며 저돌적인 음색이 스메타나와 잘 어울리는 데다 체코 네이티브 버프도 있으니 말이다. 한국에서 뛰어난 실내악을 볼 기회가 흔치 않기에 꽤 기대했다.
하지만 공연의 시작을 여는 비올라 솔로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음정이 불안했다. 바뀐지 얼마 안된 멤버라고 들었는데, 다른 멤버와 앙상블이 어긋나는 건 그럴 수 있어도 솔로를 이렇게 망치는 건 기본기의 문제였다. 2악장의 비올라 솔로 역시 뒤이어지는 2바이올린의 연주에 비해 불안하고 맛깔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앙상블에도 균열이 있는 부분이 등장했다. 예컨데 2악장의 시작에 나오는 빠른 16분음표 음형 처럼 네 명이 칼같이 맞아 떨어져야하는 부분이 상당히 어긋나기도 했다. 파벨 하스의 명성에 이런 연주라니 의아할 수 밖에 없는 앙상블이었다. PHQ라면 스메타나 현악사중주는 자다가 일어나도 바로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자기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진짜 연습을 안 한건가 싶다.
다행히 3악장에서부터는 다시 조용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4악장에서는 본궤도에 오른 느낌을 받았다. 1바이올린의 음색 폭이 매우 넓어 인상적이었다. 1악장의 고요한 피아니시모에서 완전히 다른 색깔로 이끌어나가는 게 인상적이었는데, 3,4 악장에서도 음색의 선택이 탁월했다. 첼로 역시 곳곳에서 필요할 때 찔러주는 균형감각이 탁월했다.
2부 쇼스타코비치 2번은 1부에 비해 훨씬 안정감 있고 완성도 있었다. 비교적 공격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스타일이 작품과 잘 맞아 떨어졌고 앙상블의 불안함도 없었다. 4악장의 민요풍 선율에서 비올라의 솔로도 잘 이어졌고 1바이올린의 다채로운 음색은 여전히 강렬한 장점이었다. 4악장에서 함께 쏟아지는 네 명의 에너지 역시 좋았다.
앵콜은 드보르자크의 사이프러스 중 9번이었는데, 메인 프로그램에서 느꼈던 파벨하스의 섬세한 강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피치카토에서 비올라가 또 실수하면서 공연을 망쳤다. 자잘한 실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2부 쇼스타코비치 정도의 완성도였다면 만족스러웠겠지만 1부와 앵콜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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