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클 할인 구매 마지막 작품은 브레겐츠 투란도트다. 난 브레겐츠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음 정확히는 야외 오페라를 좋아하지 않는다. 야외 오페라는 보통 극의 진지한 해석이 부족하고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만으로 승부를 보는 수가 많다. 같은 이유로 베로나 영상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투란도트 자체는 내게 특별한 오페라다. 이유는 개인적인 것이니 서술하지 않겠다. 별 고민 없이 브레겐츠 투란도트를 구입한 건 순전히 투란도트 자체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알파노 판본이다. 영상물 중에 알파노 판본이 아닌 것은 게르기에프가 베리오 판본을 지휘한 잘츠부르크 공연 밖에 없는 것 같다. 알파노 판본이 푸치니의 선율을 충분히 많이 활용하였기 때문에 별 불만은 없다.


브레겐츠에서는 음악을 기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앞에 본 오페라가 라 스칼라의 공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저번 마술 피리 때도 구렸는데 이번엔 더 구리다. 테너 리카르도 마시Riccardo Massi는 목소리가 부드러워서 드라마티코는 커녕 스핀토라는 느낌도 잘 안 들고 리리코에 가깝다. 오페라 베이스를 찾아보니 푸치니 스핀토 역할이나 알바로, 라다메스 같이 무거운 역할들을 많이 하고 있다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자기 목소리와 어울리게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칼라프를 연기하는데 생각보다 잘 어울린다. 다만 음정을 계속 바로 못맞추고 계속 끌어올리는 부분이 나와 듣기 괴로웠다.
투란도트 역의 믈라다 쿠돌리Mlada Khudoley는 끔찍하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소프라노다. 엄청난 폭의 비브라토를 끝없이 쉬지않고 구사하는데 돌아버릴 것 같았다. 아 정말 플레이어를 꺼버리고 싶었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주고받으면서 황홀경으로 끌어들이는 2막은 누가 더 끔찍하나의 경연장이 되었다. 가수의 부재가 가장 잘 나타나는 이탈리아 오페라가 투란도트 아닐까. 이제 아래와 같은 음악은 전설로 밖에 남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다른 역은 그나마 낫다. 류 역의 Guanqun Yu는 살짝 불안하지만 제 몫을 다 해준다. 핑팡퐁에서는 핑이 압도적인데, 오페라 전체에서 군계일학이다. 안드레 슈엔Andrè Schuen이라는 바리톤인데, 찾아보니 쿠렌치스와 페름에서 돈조도 불렀더라. 외모도 영화 배우 같은데 연기도 잘한다. 아직 메이저 극장의 주연을 맡지는 않는 것 같은데 기대되는 가수다. 



연출은 볼거리는 많지만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없다. 칼라프를 푸치니로 묘사했는데 리카르도 마시의 얼굴이 푸치니와 싱크로율이 높아 누구나 쉽게 푸치니를 연상할 수 있다. 문제는 칼라프를 푸치니 자신으로 묘사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냐이다. 3막에서 침대에 묶여 꼼짝 못하는 칼라프의 처지가 투란도트를 작곡하던 푸치니 본인의 모습과 비슷하다는데 별로 감흥이 안온다. 부분을 위해서 전체 칼라프의 인물을 포기한 느낌이다.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또 연출이 부각한 여러 요소들이 하나로 이어지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인상이었다.

또 무대를 충분히 잘 활용하지 못했다. 거대한 성벽을 보여주지만 실제 활용하는 무대는 전면부 뿐이다. 무대의 다른 부분, 그러니까 만리장성과 진시황 토병들은 중국의 느낌만을 전달해주는 데 그친다. 연출자는 실제로 비슷한 연출을 오페라 그라츠에서 했었다.

이렇게 작은 무대에서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브레겐츠에서 비슷한 연출을 올려야 하나. 브레겐츠에는 브레겐츠의 거대한 무대 위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마라의 죽음을 무대로 바꾼 안드레아 셰니에가 좋은 예시이다.

개인이 무시되는 전체주의에서 모두가 각자의 얼굴을 가지게 되는 사회로 나아간다는 결말은 나름 괜찮았다. 대신 합창단이 입고 있는 옷이 대놓고 일본풍의 기모노라서 좀 황당했다. 이 분들 중국이랑 일본 차이 모르신답니다.


이로서 한글자막이 달린 괜찮은 투란도트 블루레이를 찾는 건 더 미뤄졌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연은 연출도 심심하고 칼라프 역의 마르코 베르티를 도저히 못 참겠다. 투란도트의 린드스트롬은 그래도 괜찮았던 것 같다. 최근에 다이나믹에서 다니엘라 데시가 나오는 투란도트 블루레이에 한글자막 까지 삽입해서 발매했다는데 그걸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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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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