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ffects of Physical Attractiveness on Evaluation of Vocal Performance


외모가 성악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1997년에 발표된 논문이다. 비주얼 좋은 가수면 노래가 더 좋게 들리는 건 오페라 팬이라면 모두 경험적으로 체감하고 있으며 부정할 수 없는 효과이지만 이걸 또 직접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게 학자들의 일 아니겠나. 내가 카우프만과 네트렙코를 빠는 이유에서 실제로 외모의 영향이 얼마나 될 것인가 궁금했다.

처음엔 초록만 읽어봤는데 jstor에서 읽을 수 있길래 한번 읽어봤다.

외모가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오래 전부터 연구가 됐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연구 중에 제일 흥미로웠던 건 남자 대학생들에게 여자 신입생의 에세이를 평가해보라고 실험한 연구다. 신입생 사진이 붙어있을 때, 피험자들은 (당연하게도) 예쁜 신입생이 썼다는 에세이를 더 높게 평가했다. 재밌는 건 외모가 실제 에세이의 퀄리티보다 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대체로 안 예쁜 신입생이 쓴 잘 쓴 에세이보다 예쁜 신입생이 쓴 못 쓴 에세이를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같은 에세이가 저자 사진만 달라져도 평가가 완전히 달라진다니. 책 낼 때 저자 외모를 한껏 사용하는 게 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셈이다.

그 뒤로 여러가지 연구들이 있었다고 한다. 예컨데 저 에세이 실험에서 글쓴이와 평가자를 각각 남성/여성일 때 네 가지 조합에 대해 다 실험해본다든가. 남자가 여자 외모에 영향을 받는 게 여자가 남자 외모에 영향을 받는 것 보다 컸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가 여자보다 외모를 많이 본다"라고 결론을 지을 순 없고, "다른 사람의 외모가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남자가 여자보다 더 크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음악 쪽으로는 남성과 여성 연주자에 대한 차별, 흑인과 백인 연주자에 대한 차별 등을 블라인드 테스트를 섞은 심사로 실험한 연구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의 실험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성악과 학생들을 데려와서 노래하는 모습을 녹화한다. 
2. 이 가수를 평가할 평가자 (성악과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진 등 82명) 그룹을 세 개로 나눈다.
소리 빼고 영상만 보는 그룹/ 영상 빼고 소리만 듣는 그룹/ 소리가 포함된 영상을 보는 그룹
3. 가수를 평가한다. 소리가 들어있는 경우 에크홀름Ekholm이 제안한 성악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4. 같은 가수에 대한 세 그룹의 평가를 비교한다.


영상만 본 그룹의 평가가 곧 가수들의 외모 순위가 된다. 원문에서 쓴 Physical Attractiveness 는 외모는 물론 표정, 제스처, 자세 등 모든 걸 포함하고 있는데 적당한  단어가 안떠오르니 그냥 외모라고 퉁치자. 그렇게 외모 순위가 나오면 가수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외모가 뛰어난 그룹, 그렇지 않은 그룹. 여성 그룹의 경우 가운데 두명이 정확히 동점이라 그냥 둘다 빼버렸다고 한다. 요약하면, 심사위원들이 가수들이 노래하는 영상을 보고 얼마나 매력적인지 점수를 매겨서 순위를 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소리만 들은 그룹 / 영상도 같이 본 그룹의 평가를 비교하면서, 저 외모 분류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보는 거였다.


모든 실험이 그렇듯이, 설계한 사람 마음대로 실험 결과가 나와주진 않았다. 여성 성악가 그룹의 성악 결과를 보면, 애초에 외모 점수를 높게 맞은 사람들이 영상 없이 소리만으로도 이미 높은 평가를 얻어버린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소리 그룹과 소리 그룹이 충분히 차이가 나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졌다.


그래도 남성 성악가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소리 그룹의 평가자들의 결과를 살펴보면 성악가 8명 모두 고만고만하게 비슷한 점수를 받았는데, 영상+소리 그룹의 평가 결과를 보면 매력적인 외모 그룹의 점수가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가수의 외모와 상관없이 소리만 들어서 평가하는 것보다 영상과 함께 평가할 때 평가자들이 더 후한 점수를 줬다고 한다. 저자는 이 결과를 들이밀면서 오디션 볼 때 꼭 한 종류로 통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즉 카우프만이 신보를 냈을 때 CD로 듣는 것보다 영상과 함께 듣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이 논문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제가 돌체 비타와 푸치니 갈라를 산 게 딱히 뻘짓이라거나 돈낭비는 아니라는 겁니다.

남자 평가자와 여자 평가자를 비교해보면 남자 평가자가 외모에 대한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가수가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말이다. 그러니까 남자들이 성악가를 빨 때 외모가 차지하는 지분이 여자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 저도 인정합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외모에 평가가 영향을 받는 정도가 평가자의 전문성과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즉 학부생이나 교수나 외모에 의해 평가가 달라지는 정도는 비슷했다는 것. 이것도 물론 학부생과 교수의 전문성 차이를 어느 정도로 볼 거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지만. 


저자가 밝히는 이 논문의 한계는 physical attractiveness가 무엇인지 정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컨데 가수가 입고 있었던 옷 때문일 수도 있고, 가수가 단지 많이 웃고 있어서 일 수도 있고, 정말 가수의 외모 때문일 수도 있고. 그리고 실제로 여성 가수의 실험 결과에서 나타나듯이 가수의 외모와 노래실력이 완전히 독립된 변수라고 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곁들인다. 외모가 뛰어난 학생들이 성악 레슨을 더 일찍 받을 확률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흠 성악가들 외모가 일반인들 평균보다 뛰어나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는데....


여튼 전문가들도 가수 평가할 때 외적인 모습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이 논문의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뭐 교수들도 그런다는데 나라고 뭐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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