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직접 봤을지도 모르는 그 프로덕션.


빈에 가서 직접 볼 공연이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게 된 영상이다. 하지만 그땐 내가 그런 멍청한 실수를 할 지 몰랐지....


틸레만이 빈 슈타츠오퍼에서 공연한 것 중 오래 전 명가수를 제외하면 아마 유일하게 정식 발매된 공연 영상이 아닐까 싶다. 연말 삼대장 중 하나인 <헨젤과 그레텔>을 나름 공들여 올린 프로덕션이다. 훔퍼딩크를 바그너의 후예다운 사운드로 해석해낸 건 틸레만의 실력이다. 직접 가서 본 파트릭 랑에의 템포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이끌어내는 것은 역시 틸레만이 나았다.

가수들 중에선 아버지 역을 맡은 아드리안 에뢰트와 마녀 역의 미하엘라 슈스터가 돋보였다. 두 가수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사 표현이 중요한 이 작품에서는 둘의 장기가 더욱 살아났다. 


아드리안 노블은 로열 셰익스피어 컴패니의 감독을 맡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심심한 연출을 보여준다. 메트에 올리면 딱 좋아할 것 같은 연출이다. 적당히 예쁘고, 적당히 이야기를 잘 가미하지만 그 이상은 없다. 너무 대중적인 연출이라고 해야하나. 서곡이 연주될 때 마녀 영상을 보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것이 오페라 전체와 잘 섞여들어가지 못하고 따로 논다. 이런 식으로 작품 바깥에 하나의 층위를 더 만들어 일종의 액자식 구성처럼 만드는 예시는 한국 연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제일 만만하게 해석을 끼워넣는 것이 작품의 양 바깥에 이야기를 추가하며 이것이 현대의 우리와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체로 이런 시도는 공허하게 끝나기 마련이다.

제일 실망한 건 마녀의 과자집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무슨 타디스 처럼 바깥 보다 안 쪽이 넓은 것도 아니고, 사람보다도 작은 모형이 나오더라. 거기에 실제 과자라고는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아 과자를 떼어먹는 척 연기하는 가수들이 안쓰러워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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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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