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크의 오페라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한번 본 것이 끝이다. Iphigenie en Aulide, Iphigenie en Taulide, 에우리피데스의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다. 프랑스어 오페라이니 제목을 프랑스어 발음대로 썼다.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이 반주한다. 각각 1시간 40분, 2시간 정도의 오페라인데 하루에 공연하였고 블루레이 한 장에 두 오페라가 담겨있다.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는 특이하게도 상주 오케스트라가 없다. 때문에 항상 다른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데 이게 오히려 바로크 오페라를 공연하는데는 장점이 아닌가 싶다. 

연출은 피에르 오디가 맡았다. 네덜란드 반지 영상물로 연출을 본적이 있다. 이 연출도 반지 연출과 비슷하게 오케스트라를 무대 안쪽에 배치하였다. 무대는 간단한 철골 구조물을 활용해 황폐화된 분위기를 보여준다. 오케스트라 뒤에는 합창석이 있는데 합창단과 실제 관객들이 앉아있다. 때문에 객석에서 보면 무대 - 오케스트라 - 합창석이 되는 것이다. 마치 그리스 원형극장과 코러스를 연상케한다.

연주도 훌륭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해 더 감탄하게 되었다. 베르디가 벨 칸토 오페라의 전통에 극적인 힘을 더 했다면 글루크는 그 이전에 바로크 세리아에 극적인 힘을 더한 작곡가임을 느낄 수 있다. 모든 레치타티보가 세코가 아닌 아콤파냐토이기 때문에 레치타티보의 중요성이 훨씬 도드라진다. 각각의 인물이 읊는 대사와 반주가 잘 어울러지기 때문에 오페라가 왜 모든 대사를 노래로 부르는가에 대한 훌륭한 답변을 보여준다. 거기다 아리아의 경우에도 비록 A-B-A 형태가 많지만 가사의 반복이 기존의 오페라 세리아보다 훨씬 덜 하다.


리브레토 역시 아주 훌륭하다. 오페라가 그리스 비극에서 시작한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각각의 인물의 갈등은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에 모든 아리아의 감정이 확실하다. 헨델의 오페라에서 쓸데 없는 감정의 아리아들이 군데군데 껴있는 것과 대비된다. 아리아들이 헨델에 비해 비르투오소 적인 면이 부족하지만 선율이 명쾌하고 아름답다.

가수들 역시 훌륭하다. 아울리드의 캐스팅이 좀더 훌륭한데, 베로니크 장스나 안네 소피 폰 오터와 같은 스타들이 포진해있다. 거기에 아가멤논이나 아실레(아킬레스) 역의 가수도 상당히 훌륭하다. 타울리드에서는 오레스트 역의 가수 목소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네덜란드 오페라 답게 보너스 영상이 아주 훌륭하다. 앞서 본 세비야의 이발사나 메트의 인터뷰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왜 2500년 전의 그리스 비극을 다루는가에 대해서,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또한 인터뷰어의 질문이 상당히 공격적이다. 피에르 오디에게는 이피제니의 복장이 마치 테러리스트 같아보인다는 질문을 던져 당황하게 만들고 그의 해명을 들을 수 있게하고 아실레 역의 가수에게도 '이피제니를 제물로 안 바쳤을 때 그리스 군사들은 어떻게 하냐'라는 질문을 던져 극 중 아실레가 단순히 이피제니의 희생에만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는 대답을 얻는다. 시간이 없어 타울리드 편의 엑스트라 영상을 보지 못한게 아쉽다.


나중에 시간날 때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작품이며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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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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