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필하모닉 단원들은 평소에 오페라 반주하느라 바빠 정기연주회가 다른 콘서트 오케스트라 처럼 많지가 않다. 그래서 1주일 머무는 동안 빈필 정기연주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그런데 지휘가 얀손스!
거기다 프로그램이 슈만 1번에 환상교향곡이었다. 내가 환상교향곡도 좋아하고 슈만도 좋아하고 빈필도 궁금한데 왜 하필 얀손스죠… 얀손스도 다른 곡이었으면 기대를 할텐데 얀손스의 환상교향곡이라니. 얀손스의 여러 내한 공연들 중 성에 차지 않은 공연이 꽤 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빈필은 정기권 회원들만으로도 충분히 매진인가보다. 티켓대행사에 신청해두었는데 티켓 자체도 공연 4일 전쯤에야 확정되었다. 바깥에는 Suche Karte를 써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었다.

 



빈필을 황금홀에서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표값을 지불했을 테다. 하지만 얀손스의 스타일은 역시나 걱정했던 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과는 달랐다.

얀손스는 요 몇년새 건강이 확 나빠졌는지 멀리서보아도 안색이 안 좋아보였다. 정말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지 않나 걱정됐다. 



얀손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사운드를 세공하는 실력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슈만의 교향곡은 사운드 하나만으로 승부보기에 적합한 곡은 아니다. 조미료를 충분히 넣은 연주를 좋아하는데 얀손스의 지휘는 그런 스타일과 거리가 멀었다. 빈필이 황금홀에서 연주하면 뭐든 좋게 안 들리겠냐만, 사운드 하나로 감동하기에는 며칠 전 조르당의 베를리오즈 레퀴엠이 워낙 충격적이었다. 그냥 와 연주 잘한다

4악장의 코다로 달려가면서 무언가 쾌감을 줄만한 순간이 나오나 싶었는데, 그 때 1층 앞쪽 블럭에 앉은 할머니 한분이 실신해서 쓰러져서 어셔와 관객들이 쓰러진 할머니를 들어 급하게 퇴장하는 사건이 생겼다. 바이로이트에서 그런 일이 생긴다고 이야기 들었고 언뜻 직접 본것 같기도 하지만 무직페라인은 워낙 밝다보니 그 장면이 눈에 생생하게 들어와서 당황했다. 

슈만이 무난했다면 베를리오즈는 답답했다. 조미료가 부족한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간을 덜한 연주였다. 전반적으로 너무 느렸고, 그런 느린 템포에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는 빈필의 능력이 새삼 놀랍기도 했지만 긴장감이 떨어져 답답할 때가 많았다. 2악장의 주선율이나 5악장의 콜레뇨 처럼 느린 템포에서 새롭게 들리는 것들도 있었지만 이게 브루크너처럼 느림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기 좋은 곡은 아니지 않은가. 4악장의 행진곡은 너무 느려서 초현실적으로까지 들렸다. 어라 초현실적인 환교면 다른 의미로 성공적인 건가.

 


아마 직접 보는 얀손스의 마지막 공연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3악장의 외로운 선율들이 더욱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후기를 다시 쓰기엔 시간이 너무 지났으니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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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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