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출연
- 미하일 플레트네프,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조성진
- 기간
- 2012.06.21
- 가격
- R석 200,000원, S석 160,000원, A석 120,000원, B석 80,000원, C석 50,000원
2012년 6월 21일 목요일 20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미하일 플레트네프
오케스트라 :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글라주노프 '중세 시대로부터' 모음곡 중 전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피아노 : 조성진)
(앵콜 차이코프스키 사계 중 10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
(앵콜 차이코프스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 왈츠,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와 플레트네프가 200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내한하였습니다. 2009년에는 서울에서 차이코프스키 6번을 연주하고 대전에서는 베토벤 7번을 연주했었습니다. DG에서 발매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꽤 인상깊게 들었기 때문에 기대를 하고 갔지만 결과는 실망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관악기의 실수도 많았고 전체적으로 밋밋한 연주였습니다.
이번에는 메인 레퍼토리로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연주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협연자 조성진 군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도 상당히 기대가 됐구요.
서곡으로 연주된 글라주노프의 전주곡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에서 찾아 들을 수 있었습니다. IMSLP에 악보가 있어서 어느정도 예습을 해갔는데, 이 곡에 대한 짧은 해설을 나중에 올려야겠네요. 반복되는 음형들의 헤어핀 효과가 중요한 곡인데 무난하게 잘 처리하여 연주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한 곡이 아니라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금씩 쌓아나가는 곡이기 때문에 플레트네프 RNO의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 곡이었습니다. 2009년 내한 때 대전공연에서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눈아가씨 모음곡을 연주했었는데, 이처럼 러시아 작곡가의 잘 알려지지 않은 관현악 작품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 같습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은 기대했던 만큼이었습니다. 조성진 군의 피아노는 역시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깔끔하고 흡입력있는 연주였고 플레트네프의 반주는 무심한 자기 페이스였습니다. 워낙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두터운 협주곡이기도 한데다 플레트네프의 성격까지 더해지다보니 협연자에게는 상당히 힘든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곳곳에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드러나 조금 불안한 점도 있었습니다. 거기다 제 자리는 합창석이라 피아노의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부분이 많아 아쉽네요. 협주곡의 피날레까지 집중을 잃지 않고 몰아 붙이며 곡이 끝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앵콜로는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10월을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기대했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오케스트라의 기량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독특한 음색까지 갖추었습니다만 연주에서 폭발적인 힘이나 섬세한 감정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플레트네프 RNO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한 것도 있겠지요. 첫 금관의 팡파레 부터 텅잉이 약간 불안했고 중간중간 앙상블에도 물음표가 떠오르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2악장 오보에 솔로는 너무 호흡을 길게 가져가 마지막에는 심각한 실수까지 나왔습니다. 3악장은 매우 훌륭했지만 4악장은 무난하다고밖에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곡 자체의 연주효과가 매우 좋은 편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반응은 좋았지만 뭔가 특별한 차이코프스키를 기대했던 저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앵콜로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두 곡을 연주했는데 처음에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왈츠, 두 번째는 호두까기 인형 중 트레팍이었습니다. 두 앵콜곡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글로켄슈필과 탬버린을 연주한 타악기 주자였습니다. 차이코프스키 4번에서는 트라이앵글을 치면서 매번 깔끔히 뮤트시키는게 인상적이었는데 앵콜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플레트네프의 차이코프스키를 감상적인 연주가 아니라 이지적인 연주라고 말하지만 이번에는 깔끔한 앙상블도 부족한 그저 밋밋한 연주가 되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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