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캐스팅.
9월에 출국하기 전 공항으로 가는 KTX에서 노트북으로 봤었다. 잠을 별로 못잤는데 이상하게 또 잠이 들지는 못해서 좀비처럼 본 기억이 난다.
언어의 중요성 때문에 당연히 프랑스인들이 가산점 먹고 들어가는 작품이지만 의외로 프렌치 일색인 캐스팅은 찾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공연은 주역 삼인방과 지휘, 연출까지 프랑스인이 맡았다. 단순히 프랑스인으로 채워 넣은 정도가 아니라 이 분야에서 딱 생각나는 사람들만 콕찝어 데려왔다. 드세, 나우리, 드구 삼인방에 프랑스 연출 아웃풋 갑인 로랑 펠리, 그리고 현역 프랑스 오페라 지휘자 중 한 손에 꼽힐 드 비이가 등장한다.
가수들은 생각보다 조금 실망스럽다. 스테판 드구Stéphane Degout의 펠레아스는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하고 매력적이다. 왜 메이저 공연에서 항상 펠레아스로 캐스팅되는지 알 수 있다. 드세와 나우리는 약간 애매하다. 나우리의 골로는 조금 몰입이 안되는 느낌이고, 드세의 멜리장드는 너무 드세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드세의 가녀린 목소리는 이 작품의 말과 음악의 균형에서 말에 비중이 치우치는 것 같다. 드뷔시의 악보가 말하는 듯한 노래를 목표로 했다곤 하지만 드세의 노래는 말하는 듯한 느낌이 너무 강조된 느낌을 주었다.
드 비이의 반주는 상당히 괜찮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해보니 현역 프랑스 지휘자 중 드 비이 만큼 뛰어난 오페라 지휘자가 또 있나 싶다. 흥미진진하고 역동적인 드뷔시를 보여준다. 템포는 살짝 빠른 편으로 음악이 쭉쭉 흘러나간다.
펠리의 연출은 글쎄. 희극 작품에서 재기넘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상징주의로 대표되는 작품이지만 장면마다 현실적인 무대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펠리의 느낌이 사는 곳은 별로 없고 종종 셰로의 연출 같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캐스팅의 이름값만큼의 포스는 안 나오지만 그래도 놓치기 아까운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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