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크리스티.
오래 전에 보았던 영상물들 리뷰 헤치우기. 본지 거의 네 달이 지난 것 같다. 기억나는 게 거의 없지만 적어 보자.
헨델의 오를란도는 비발디의 오를란도 푸리오소(미친 오를란도)와 같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샤를마뉴의 기사인 오를란도가 안젤리카를 사랑하지만 안젤리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깽판을 치는 내용이다. 줄거리를 요약할까 했는데 기억이 나는 게 별로 없다. 뭐 바로크 오페라에서 내용이 뭐가 중요합니까. 어차피 내용 때문에 찾아보는 거 아니잖아요.
반주 노래 연출의 삼박자가 모두 잘 맞는 작품이다. 옌스다니엘 헤어초크Jens-Daniel Herzog의 연출은 현대적이며 작품을 연극적으로 탄탄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처음에 헤어초크라는 이름만 듣고 나이든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초크를 떠올려서인지 나이 많은 연출가인 줄 알았는데 중견 연출가였다. 작품을 처음 보는 데에도 현대식 연출이 위화감 없이 다가왔다. 일단 아리아 내부에서 연기가 상당히 많은데 작위적이지 않아 바로크 오페라인데도 연극적으로 심심하지 않았다.
크리스티의 반주도 훌륭하다. 취리히 오페라 하우스의 시대연주 단체가 반주를 맡았는데 다이나믹이 잘 살아있다. 극의 상황에 맞춰 음색이 다채롭게 변하는 것 역시 일품이다. 이 영상을 봤을 때가 아마 크리스티 내한 공연에서 실망한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괜히 아쉬웠다.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왜 한국 와서는 그랬단 말입니까ㅜㅜ
가수 역시 한명한명이 모두 뛰어나다. 타이틀 롤을 맡은 마리야나 미야노비치Marijana Mijanović는 광기에 사로잡힌 오를란도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위 클립에서 미쳐버린 오를란도의 모습이 정말 잘 나타난다. 배우로서 몸도 잘 쓰는데다 고난이도 패시지도 잘 처리한다. 안젤리카 역의 마르티나 얀코바Martina Janková 역시 콜로라투라 패시지를 깔끔하게 처리한다. 그외 출연진도 모두 잘 했던 걸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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