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too late."



근황을 알리자면 며칠 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지금은 신혼여행 중이구요. 그 전부터 블로그 이웃 분들께 알릴까 했지만, 티스토리에는 이웃공개가 없어서요. 그 동안 블로그 활동이 뜸했던 것도 결혼 준비하랴 논문쓰랴 바빠서였어요. 결국 논문은 다 못 쓰고 왔지만.........

신혼여행 다니면서 공연을 몇개 보기로 했습니다. 여행 다니느라 바쁘지만 그래도 후기는 남겨야죠.  



빈에서 공연 일정을 열심히 찾아봤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 주현절 시즌에는 연말연시 삼대장 <박쥐 마적 헨그>만 주구장창 돌릴 뿐이었다. 여기에 크리스마스의 스테디셀러 호두까기 정도를 끼얹으면 슈타츠오퍼의 공연 일정이 나온다. 어차피 연말의 의례적으로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캐스팅도 가벼다. 그래도 공연이 있는게 어딨냐는 마음으로 마적과 헨그를 보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예매 오픈 시간을 못 맞춰 (설마 이런 프로그램이 얼마나 인기가 있겠나 싶었다) 마적 티켓이 제일 비싼 것들밖에 안 남았다. 아담 피셔가 지휘하는 연말 기념 마적을 한 사람 당 200유로 씩 주고 볼 생각은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헨그만 보기로 했다.



벨베데레를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한 뒤에 슈타츠오퍼 근처로 갔다. 공연은 6시인데 아직 4시가 되기 전이었으니 카페에서 여유있게 간식을 먹고 가면 될 시간이었다. 카페 자허에 갈까 했지만 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오퍼 안에 있는 카페에 갈까 하다가 오퍼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서 들리기로 했다.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고 오퍼를 배경으로 사진 좀 찍다가 즐거운 마음으로 슈타츠오퍼 안으로 들어갔다. 가르니에 극장에서나 보던 아름다운 로비와 화려한 중앙 계단을 보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공연이 40분 정도 남았는데 아직 한산해보였다.


티켓을 보이고 들어가려고 e티켓을 열어봤다. 

Hänsel und Gretel

17:00 Uhr 


.....???

?!?!

??!?!?!?!?!

!!!!!!!!!!!


거의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로비가 왜 그렇게 관광객들 밖에 없었는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어셔를 붙잡고 다급하게 물어보니 Sorry but you are too late라며 갤러리로 올라가서 TV로 보랜다.. 몰랐는데 빈 슈타츠오퍼는 "예술가들을 존중하기 위해" 막중에 입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헨그에서 절반도 넘는 1막 전체를 갤러리 로비에서 TV로 봐야했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로비석 행이라니....

이거 보러간다고 집에서 같이 이 프로덕션 영상물 예습까지 했던 아내는 허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세상에 네가 다른 것도 아니고 오페라 시간을 헷갈릴 수 있냐면서... 


지금까지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별의별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시간을 헷갈려서 망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내가 오페라 극장에서 길 하나 건너에 있는 카페에서 케익 먹고 있는 동안 공연이 시작된거 아냨ㅋㅋㅋㅋㅋㅋ 내가 오페라 극장 안에 카페에 갔으면 그럴 일은 없었을텐데.....


 안 그래도 짧은 오페라를 절반도 넘게 자르고 보라뇨ㅠㅠㅠㅠ  "빈에서 오페라 몇편 보셨어요?"라고 물으면 0.45편 정도 봤다고 대답해야하나요. 놓친 1막은 왜 그렇게 또 아름답게 들리는지ㅋㅋㅋㅋㅋ 서곡, 간주곡, 잠들기 전 이중창, 엄마의 신세한탄, 아빠의 마녀묘사 등 명장면으로 가득차 있다.


혼이 나가서 2부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슈타츠오퍼의 화려한 내부는 나와 인연이 없는 제국의 오페라 하우스 처럼 보일 뿐이었다. 가수들은 같은 프로덕션의 틸레만 캐스팅 보다 아쉬웠다. 같은 캐스팅이면서 동시에 내가 아는 유일한 가수는 아드리안 에뢰트 였는데 어차피 아빠 파트는 1막이 하이라이트고 2부에선 마지막에 한번 나오는 게 전부일뿐ㅠ

파트릭 랑에의 지휘는 틸레만 보다 더 빠르고 화끈하게 몰아쳐서 좋았다. 빈필만의 특징인 호른과 오보에 소리, 그리고 고급진 현의 질감은 확실히 빈 슈타츠오퍼다웠다. 하지만 전반적인 사운드는 완성된 것 같지가 않았다. 악기간 밸런스가 들쭉날쭉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앙상블도 칼 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기량이 뛰어난 건 알겠지만 각잡고 제대로 만들어보려는 느낌의 연주는 절대 아니었다.



내가 왜 공연 시간을 헷갈렸을까. 17시에 시작하는 게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공연이 일찍 시작한다는 건 나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냥 날짜에 맞춰 적당히 예매한 공연이라 기대가 별로 없어서였을까. 빈 슈타츠오퍼에 대한 애정이 없어서였을까. 사실 전 빈 슈타츠오퍼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이미 한물 간 극장 아닌가요? 차기 감독이라는 필립 조르당 공연이 구렸을 때부터 알아봤죠!! 흐긓ㄱㅎㄱ



이외 잡설.

슈타츠오퍼 근처에서는 다른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럴싸한 복장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공연 호객 행위를 하는 거다. 오페라 보러 왔냐면서, 오늘 저녁 모차르트 공연이 있다는 식이다. 당연한 거지만 슈타츠오퍼 공연과는 하나도 상관 없고, 그냥 빈 곳곳에서 관광객들 상대로 호갱 장사하는 공연 티켓을 파는 것들이다. 가끔 오페라 티켓으로 사기치는 사람도 있는지 지하철 입구 앞에는 오페라 티켓은 공식 판매처에서만 구입하라는 표지도 있을 정도다.

빈에서 오페라, 혹은 음악회는 관광의 필수 코스 중 하나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날 빈 슈타츠오퍼의 헨젤과 그레텔 공연도 관광객, 혹은 연말 오페라 관람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당한 공연 수준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마저도 시간 착각해 절반을 놓친 관광객이 할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빈에서 허벌나게 치욕적 쪽팔린 짓하고 뮌헨으로 갑니다. 오페라 덕후를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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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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