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립오페라단 작품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은 루살카다. 자주 공연되는 작품도 아니니까. 우리나라에서 체코어 오페라를  몇번이나 공연했을지 모르겠다.

루살카는 영상으로 두번 본 적이 있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블루레이와 헤르하임이 연출엔 모네 극장 공연이다. 그 외에 눈독들이고 있는 것은 아울로스에서 출시한 카슨 연출의 플레밍 주연. 아마 파리 오페라였던 것 같다. 특이한 건 셋 다 한글 자막이 달렸고 모두 상당히 파격적인 연출이라는 거다. 마틴 쿠세, 슈테판 헤르하임, 로버트 카슨이라면 이 시대를 대표하는 급진적인 연출가들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솅크 연출의 영상을 발매했다. 오히려 전통 연출을 찾아보기가 힘든 루살카 판에 전통적임의 극치인 오토 솅크라니. 난 오토 솅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상당히 싫어한다. 프랑코 제피렐리와 오토 솅크의 연출을 보고 있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솅크 영상물을 내가 돈 주고 살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거기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플레밍. 그래도 국오 루살카 예습용, 데카라서 싸다는 것 때문에 질렀다. 반대로 전통적인 연출의 영상물 하나 쯤은 있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고.


솅크의 연출은 정말 8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한편의 유화 처럼 아름답지만 그 안에 드라마가 없다. 특히 리브레토가 그다지 강력하지 않을때 단점이 부각된다. 2막 피날레의 어리둥절함이나 3막의 엑스트라 장면들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루살카는 어째서 칼로 찌르는 것을 거부하지만 키스로 왕자에게 안식을 주게 되나. 2막 피날레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아 물론 리브레토 상으로도 어느 정도 대답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하나로 해석해주거나 헤르하임처럼 아예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야 리브레토의 약점을 상쇄시킬 수 있다. 루살카라는 인물 자체를 잘 살려내지도 못했다. 물도깨비는 특촬물을 연상케 했다.

노래는 괜찮다.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만 낸다고 생각한 베찰라가 생각보다 짙고 감성적인 노래를 들려줘서 놀랐다. 플레밍의 루살카는 글쎄, 잘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네제-세겡의 지휘도 기대했는데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밀어붙이는 장면들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메트 오페라 영상물들이 죄다 가수들의 게인을 비정상적으로 키워놓기 때문에 오케가 묻히는 현상이 있어 오케 소리를 제대로 듣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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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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