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골레갓의 오페라 세리아 + 인터메초


훈련소가 정말로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하루하루 감상할 작품을 고르는 데도 신중해진다. 저번 '사랑에 빠진 오빠'를 보고 나서 페르골레갓의 오페라를 더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나온 6개의 블루레이 중에서 '자랑스러운 죄수'를 제외하면 다 구입해놨다. 아직 안 본 3개 중에서 BBC와 그라모폰의 간택을 받은 시리아의 아드리아노를 선택했다.


메타스타시오의 리브레토를 쓴 3막의 오페라 세리아로 인터메초로 '리비에타와 트라콜로'가 포함되어 있다. 인터메초는 두 번의 인터미션에 1부, 2부로 나눠서 공연하는데 인터메초만 해도 40분이 넘는 길이다. 


메타스타시오의 리브레토에 대해 무슨 첨언할 말이 있겠냐만, 생각해보면 나름 인물 간의 관계가 복잡한 것 치고 이야기가 명쾌한 것 같긴 하다. 로마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파르티아 왕 등이 나오며 두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아버지가 얽혀 있는 이야기다. 끝은 역시나 해피 엔딩. 출생의 비밀이 안 나온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 남자 두명이 바지역할이기 때문에 여자 가수(혹은 카운터테너) 5명과 남자 가수 한 명으로 구성된다.


저번 리뷰에서 지적했던 페르골레시의 음악적 특징들이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특별히 아름다운 장면들을 지적하고 싶은데 오푸스 아르테는 트랙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는다. 1막 에서 에미레나의 느린 아리아 "Prigioniera abbandonata" 페르골레시의 아름다운 음정 반복이 잘 드러나는 좋은 예시이다. 독특하기에 꼭 언급해야할 몇가지 아리아들이 있는데, 1막 후반부에 파르티아의 왕 오스로아가 부르는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 "E pure, ad onta del mio furor "가 상당히 극적이다. 또 1막 마지막 파르나스페의 아리아 Lieto così talvolta에 오보에 오블리가토가 나와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인터메초 '리비에타와 트라콜로'(혹은 약삭빠른 농부 여인La contadina astuta)는 현악기 한대 씩과 하프시코드만으로 연주하며 두 명의 가수만 나온다. 어째 인터메초에 나오는 가수들이 더 잘하는 느낌적 느낌. 리비에타 역을 맡은 모니카 바첼리(Monica Bacelli)가 얼굴이 익숙하다 했는데 다르칸젤로와 담라우가 나오는 라 스칼라 피가로에서 케루비노 역을 맡은 가수다. 트라콜로 역의 카를로 레포레Carlo Lepore는 다른 인터메초인 마님이 된 하녀에서 우베르토 역으로 등장해서 익숙했다. 인터메초라고 해서 음악이 가벼울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부에서는 상당히 느리고 서정적인 노래들을 많이 들려준다. 2막에서 리비에타가 부르는 느린 아리아 'Caro perdonami'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역시나 페르골레시의 달콤함이 잔뜩 묻어나오는 곡이다. 후반부에 잠깐 나오는 바이올린의 높은 하모닉스는 정말 소름끼치도록 아름답다. 내용적인 면을 봤을 때는 마님이 된 하녀가 좀더 의미있는 것 같다.


오타비오 단토네의 지휘는 비온디에 비하면 조금 아쉽다. 플라시보 효과일지 모르겠지만 비온디와 단토네의 반주에서 중점이 되는 요소는 확연히 다르다. 비온디가 바이올린의 선율로 가수를 지배하여 끌고간다면 하프시코드 거장 단토네는 자신이 직접 통주 저음을 연주하며 바로크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시종일관 바이올린의 선율이 압도해나가는 비온디와 달리 단토네는 가수를 저음 패턴으로 뒷받침해주는데 너무 저음만 강조되다보니 간혹 지루해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비온디가 훨씬 더 마음에 들었다. 단토네 역시 사운드는 훌륭하지만 비온디 만큼의 흡입력이 나오지 않는다. 


가수는 파르나스페와 에미레나 역의 안나마리아 델로스테Annamaria dell'Oste와 루치아 치릴로Lucia Cirillo가 상당히 괜찮고 아드리아노와 아퀼로 역의 마리나 콤파라토Marina Comparato, 프란체스카 롬바르디Francesca Lombardi가 평이한 수준이고 사비나 역의 니콜 히스턴Nicole Heaston과 오스로아 역의 스테파노  페라리Stefano Ferrari가 좀 아쉽다.

연출은 많이 심심한 편이다. 


종합하자면 이 영상이 그라모폰과 BBC에서 영상물 상을 받을 수 있었던건 단토네의 괜찮은 지휘도 있지만 페르골레갓의 위대한 음악을 발굴해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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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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