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톨리를 위한 무대.

 

망할 티스토리가 임시저장 기능을 업데이트한답시고 기존에 임시저장돼있던 글을 다 날려버렸다. 빡쳐서 짧게 줄여야겠다.

 

바르톨리의 기량은 압도적이다. 꽉 차있는 소리, 강렬하게 울리는 딕션, 짧은 음표들이 모두 마르카토로 또렷이 구분되는 기적. 이렇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는 바르톨리 말고 떠오르질 않는다. 바르톨리의 발음이나 표정, 제스처는 김칠리아 바르톨리에서 흉내냈 듯 우스꽝스럽고 과장되어보일 수 있는데 부파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아리아에서나 앙상블에서나 무대를 장악하는 존재감을 자랑한다.

일다르 압드라자코프 하면 비야손과 듀엣 앨범을 낸 게 먼저 떠올라 비야손이랑 비슷한 수준의 가수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공연을 보니 왜 요새 가장 핫한 베이스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노래나 부파연기나 어디하나 빠지는 게 없는 능력자였다. 

린도로 역을 맡은 테너 에드가르도 로차는 목소리도 좋고 간드러진 표현력도 괜찮아서 이 가수 잘하네 싶어서 이름을 기억해뒀다. 그러다가 바르톨리와 코르벨리가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밀리는 걸 보고 베테랑과의 차이는 어쩔 수 없나 싶었다. 젊고 재능있는 가수이니 앞으로도 벨칸토 테너로 상당히 자주 볼 것 같은 가수다.

타데오 역은 벨칸토 부파의 베테랑 알레산드로 코르벨리가 맡았다. 최근 본 공연 중에 노장 가수들이 고생하는 걸 많이봐서 과연 코르벨리가 잘 해줄까 걱정이었다. 하지만 코르벨리는 52년 생이라 아직 젊으신 건지 노래에서 나이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능청맞은 연기와 노래는 역시 부파 베테랑 다웠다.

 

장크리스토프 스피노지가 지휘를 맡고 그의 악단인 앙상블 마테우스가 반주를 맡았다. 

스피노지는 이 텔레만 리코더 협주곡 영상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종종 오페라 반주도 맡는 것 같다. HIP 지휘자와 악단이기 때문에 로시니 역시 가벼우면서 거친 느낌을 잘 살린 연주였다. 현악기의 폰티첼로 사운드를 과감하게 써서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잘 만들어냈고 통통 튀는 리듬감 역시 좋았다.

연출은 모셰 라이저와 파트리스 코리에가 맡았다. 처음 듣는 이름 같았는데 영상으로 본 공연도 몇개 있었다. 디도나토가 휠체어를 타고 나왔던 ROH의 이발사, 그리고 역시 바르톨리가 나왔던 잘츠부르크의 줄리오 체사레 공연이었다. 무대를 아름답게 꾸미면서도 식상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유머도 잘 잡은 연출이다. 침실에 걸려있는 거대한 그림을 프로젝션처럼 사용하다가 나중엔 합창단이 마치 그림 속 인물들처럼 나와 노래하는 장면도 재치 있었다. 마지막에 거대한 유람선이 등장하며 타이타닉 흉내를 내는 유쾌한 엔딩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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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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