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가 왜 안 되는지 보여주는 공연.

 

요 몇년 새 메트의 영상물 발매가 꽤나 줄어들었다. 레바인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DG, 데카 등 메이저 레이블에서 MET Live를 영상으로 많이 발매했던 걸 생각하면 신기한 흐름이다. 메트 쪽에선 영화관이나 VOD로 올리는 수익이 더 컸던 것일까. 이 공연은 어쩌면 그 답이 메트 공연 퀄리티의 심각한 저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든다.

메트와 베르크라니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그래도 마를리스 페테르센을 타이틀롤로 내세웠으니 대충 만든 프로덕션은 아닐 것 같았다. 페테르센은 이 프로덕션을 끝으로 더 이상 룰루를 부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연은 엉망이다. 한 두명이 구멍인 게 아니라 그냥 페테르센을 빼두곤 거의 다 구멍이다. 셀카 외모 몰아주기를 하듯 페테르센 은퇴 공연이라고 다들 노래 몰아주기라도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 분명 앞서 보았던 바이에른 공연 때는 페테르센 룰루를 들으면서 특별히 아주 탁월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지만 여기선 답답한 속을 치유하는 목소리다. 

알바 역은 다니엘 브레나Daniel Brenna가 맡았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노래를 못 해서 놀랐다. 찾아보니 홍콩필 반지 음반에서 황혼 지크프리트를 불렀다고 한다. 헬덴테너라고 우겨볼 수 있는 음색이지만 그건 헬덴테너가 다 말라죽은 시대니까 가능한 거지 내 귀엔 그냥 답답하기 짝이 없이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다. 그래도 중간엔 목소리 말고는 나쁘지 않은가 싶다가도 2막에 룰루가 감옥에서 벗어난 뒤 부르는 듀엣에서는 대환장 파티다. 목소리 쥐어짜내다 안 나와서 삑사리가 나는데, 그냥 삑사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안 되는 걸 억지로 부르는 듯한 그 노래 자체가 듣기 싫다. 인터뷰에서는 2막 알바의 파트가 정말 아름답다고 이런 역할을 부르게 되서 행복하다고 하는데 그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은 전혀 안 행복하다. 거기다 연기도 구리다. 

쉬골흐 역엔 2011년 룰루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던 프란츠 그룬트헤버가 나왔는데 이 공연이 있던 2015년엔 네 살을 더 잡수시고 78세가 되셨다. 뭐 나이 상관없이 노래만 잘하면 되겠지만 그 노래를 못 한다. 목소리가 반으로 쫙 갈라지지 않는 게 다행일 정도로 건조해서 듣는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앨런 오크Alan Oke가 Prinz/하인/후작 역을 맡았다. 분명히 2012년 템페스트, 2013년 피터 그라임스에서는 정상적인 가수였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목소리가 거의 안나오는 수준이다. Prinz나 하인 역할은 짧으니까 그냥 넘어가기라도 하지, 후작이 룰루를 협박하는 장면은 상당히 중요한 장면인데 듣고 있으면 피가 마르는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가수를 올리는 메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다.

화가를 맡은 폴 그로브스Paul Groves는 그냥 소리를 내지르기만 하고 음악적인 라인을 만들어내질 못 한다. 화가가 죽고나서 잊혀지나 했더니 다시 아프리카인으로 나와서 신경질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쇤 박사를 맡은 요한 로이터Johan Reuter는 코펜하겐 반지 라인골트에서 보탄을 잘 불러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같은 역을 맡았던 폴레나 스코부스의 노래에 비하면 강약 조절이 잘 이뤄지지 않고 평면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준다. 게슈비츠를 맡은 수전 그레이엄Susan Graham의 존재감도 약하다. 이번이 롤 데뷔라고 하는데, 확실히 역할을 어떻게 표현해낼 지 아이디어가 없는 것 처럼 보인다.

페테르센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장 나은 가수는 곡예사 역할을 한 마틴 빈클러다. 같은 역할을 페트렌코 룰루에서도 맡았는데 사악한 인물의 느낌을 아주 잘 살리고 발성도 또렷하며 안정적이다.

페테르센은 말할 것도 없이 압도적으로 활약한다. 느낌적 느낌을 가미해서 말해보자면 페트렌코 지휘의 공연에서는 가수들 간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노래하고 연극적 디테일에 치중했다면 여기선 그냥 이 공연을 혼자서 멱살잡고 캐리하겠다는 굳건한 의지로 화려하고 강렬한 노래를 선보인다.

지휘는 로타 쾨니히스Lothar Koenigs가 맡았는데, 디테일을 모두 보여주는 것보다 큰 흐름을 잡고 자극적인 음향효과를 잘 살려 관객을 끌어들이는 연주였다. 이 정도면 메트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니었을까.

 

윌리엄 켄트리지의 연출을 보는 건 처음이다. 기대를 조금 했는데, 산만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시종일관 무대 전체에 사용하는 프로젝션은 평면에서라면 깔끔하게 영사되었겠지만 무대의 입체적인 구조에 따라 영사되었기 때문에 더욱 복잡한 이미지가 되었다. 여기에 클로즈업에서 보이는 프로젝션 이미지의 파편은 전체 구도를 이해하기에는 어렵고 또한 픽셀이 보일만큼 깨져보이기 때문에 작품의 몰입을 어렵게 한다. 계속해서 사용하는 신문의 이미지는 쇤 박사가 신문사를 운영한다는 것이나 작품에서 신문이 자주 등장히는 것에 착안한 것일 텐데, 말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가 보는 룰루의 이미지는 오로지 언론이 만들낸 것일 뿐이다 라는 메세지 정도가 겨우 떠오를 뿐이다.

 

가수들의 삑사리가 이렇게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상이 잘 없는데, 메트의 경우 특별히 짜깁기 하지 않고 Met Live 할때에만 녹화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어... 그래도 아무리 원 테이크 실황이어도 이건 좀 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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