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의 공연은 항상 어느 정도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된다. 볼로냐 극장 오케스트라 반주가 특히 훌륭하며 가수들 역시 뛰어나다. 여기에 각 작품마다 개성 넘치는 연출을 보여주는데 이 작품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표지에서부터 분위기가 남다르다.


알제리의 이탈리아 여인은 로시니의 작품 중에서도 초기작에 해당한다. 레치타티보 세코가 있으며 오케스트라 편성은 트롬본과 팀파니가 없는 자그마한 편성이다. 이슬람 인들이 야만적으로 그려진다는 점, 유럽인 커플이 이슬람 태수에게서 도망친다는 내용은 모차르트의 후궁탈 출과도 비슷하다. 여주인공 이사벨라가 태수 무스타파를 마음대로 요리하며 극의 모든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샤브란의 마틸데를 떠올리게 한다. 


작품 곳곳에 로시니의 다른 오페라에서 들어본 것만 같은 선율이 계속 등장한다. 테너와 소프라노의 아리아는 벨칸토 아리아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더 짧은 아리아도 많이 등장한다. 주역 세 명에 조연이 네 명 쯤 되는데 조연의 비중이 조금 애매하다. 내용 전개상으로 중요한 엘비라는 딱히 아리아가 없으며 내용 전개에 별 역할이 없는 할리는 2막에 짧은 아리아가 하나 나온다.


가수들 중에서는 린도로 역의 테너 이지에 쉬가 역시 빛난다. 파보리트 때부터 정말 애정하는 테너가 됐다. 진지한 주인공 역은 연기가 살짝 겉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가벼운 역할은 훨씬 잘해낸다. 초반의 아리아에서부터 여지없이 실력을 뽐내준다. 
무스타파 역의 알렉스 에스포시토Alex Esposito도 굉장히 훌륭하다. 가사 하나하나를 또박또박 소리내며 문장의 느낌을 잘 살려낸다. 알고보니 최근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발매된 돈조반니 영상에서 레포렐로를 맡았었다. 그 때도 괜찮게 봤던 것 같다. 레포렐로야 워낙 대단한 베이스들이 많이 맡은 역할이다보니 따로 기억하진 못하고 있었다.
반면 타이틀 롤 이사벨라를 맡은 메조 안나 고랴초바Anna Goryachova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첫 등장에서부터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다이나믹의 변화가 부족해 노래가 전체적으로 평이하게 느껴진다. 이사벨라의 경우 카멜레온 처럼 여러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노래로 유혹한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케스트라는 여느때처럼 훌륭하지만 합창은 비중이 적은 것도 있지만 별 인상을 받지 못했다. 연출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오페라 부파라면 이정도는 돼야지. 프로젝션을 끊임없이 활용해 무대에서 단 한순간도 정적인 장면을 만들지 않는다. 프로젝션이야 말로 현대에 오페라 연출의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국립오페라단 방황하는 화란인에서 프로젝터 좀 썼다고 까는 글들을 보고 참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


믿고 보는 로시니 오페라 페스티벌. 그 기대를 실망키지 않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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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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