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어보는 작곡가의 처음 들어보는 작품이다. 발매 리스트에 있는 걸 보고 관심을 가졌는데 마침 프레스토 유로아트 땡처리 리스트에 들어가있길래 바로 구입했다.


가스파레 스폰티니(Gaspare Spontini)는 1774년에 태어나서 1851년에 죽었다. 모차르트가 1756년 생이고 로시니가 1792년생이니 정확히 둘의 중간에 위치한 셈이다. 그의 작품은 활동 시기와 장소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하는데 1796~1803년에는 이탈리아, 1804~1820년에는 파리, 1820년~1837년에는 베를린에서 활동했다. '가면 속의 도주La fuga in maschera'는 이 중 이탈리아 시기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1800년에 초연된 이후 소실되었다가 2007년에야 자필 총보가 발견되었다. 피가로 초연이 1786년이고 이발사 초연이 1816년이니 작품으로도 역시 둘의 중간 쯤에 위치해있다.


스폰티니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모차르트와 로시니의 미싱 링크라고 하고 싶다. 그가 단순히 모차르트와 로시니의 정확한 중간에 위치해있기 때문이 아니다. 모차르트와 로시니의 오페라 부파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 스폰티니는 그 둘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모차르트를 연상케하는 짧고 간결한 아리아, 중창 위주의 오페라 진행이 있으며 로시니를 연상케하는 속사포 같은 패터patter(혹은 파를란도parlando)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오히려 로시니 오페라보다 패터 패시지가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거의 모든 중창에 패터 패시지가 등장할 정도다.


줄거리는 살짝 복잡한 편이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서로 원하는 상대와 결혼하기 위해 각자 계략을 꾸민다는 내용이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모두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이야기 자체만으로 어느 정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벨칸토 시대의 오페라 부파처럼 오페라 전체적으로 하나의 확실한 흐름이 있는 건 아니고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킨다.

가면 속의 도주라는 제목은 극의 마지막에 나오는 가면 극중극의 이름이다. 연극 도중에 연인 두 명이 가면을 써 다른 사람으로 위장한 채로 도주해버린다는 것이 오페라의 결말이다.

 특이하게도 주인공 엘레나와 이어지는 나르둘로 역은 베이스가 부르고 이 둘을 훼방놓고 엘레나를 차지하려는 도랄보는 테너가 부른다. 중창에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코랄리나만 아리아를 두 곡 부르고 나머지 배역은 모두 한 곡씩만 부른다. 합창이나 발레 등의 관현악도 전혀 없기 때문에 나머지 음악은 모두 레치타티보 세코와 중창으로 구성돼있다.


모차르트와 로시니의 중간이라고는 하지만 로시니에 더 가까운 편이다. 일단 로시니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빠른 파를란도가 끊임없이 사용되는 가벼운 음악 분위기가 독특한 편이니 말이다. 간혹 현악기가 술 폰티첼로로 독특한 음색을 내는 점도 비슷하다. 하지만 간결한 아리아와  끊임없이 등장하는 중창은 모차르트를 연상케한다. 


노래와 연주도 나쁘지 않다. 훌륭한 편까지는 아니지만 이 작품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반투명 커튼을 활용하여 무대를 둘로 나누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연출 역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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