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 결정반은 언제 쯤 나올까
저번 브레겐츠 투란도트 리뷰에서 이 작품에 기대를 걸어본다고 썼다. 하지만 실패했다. 칼라프 말고는 건질 게 없는 공연이다.
연출은 미국이나 이탈리아에서 먹힐 것 같은 스타일이다. 상당히 사실적이고 시각적으로 정갈하며 쓸데없이 화려하지 않다는 점은 괜찮지만 그걸로 끝이다. 시종일관 멈춰 서있는 합창단과 의미없는 망나니들의 칼춤은 전형적인 한국 오페라 연출을 보는 듯 했다.
성악적으로는 무난하지만 정작 원톱으로 내세운 다니엘라 데시Daniela Dessì는 투란도트에 어울리지 않는다. 애초에 그가 지금까지 해온 레퍼토리만 보아도 투란도트를 맡은 것이 의외라는 느낌이다. 데시는 성량도 크고 고음도 시원하게 쏘아붙이지만 목소리에 힘을 인위적으로 싣기 위해 과한 비브라토를 쓴다. 음향적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음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음악을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논다. 올해 부고 기사를 접하고 데시 영상을 봐야겠다 싶었는데 첫 만남으로 썩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이번에 보며 또 다시 드는 생각이지만 표준 이탈리아 레퍼토리에서 투란도트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기량을 요구하는 역할이 있을까 싶다.
가장 빛나는 건 칼라프를 맡은 마리오 말라니니Mario Malagnini다. 전형적인 스핀토 정도의 목소리인데 과한 비브라토 없이 시원시원하게 소리를 뽑아낸다. 그간 영상물에서 봐온 칼라프들이 늙은이 소리 내는게 싫었는데 이번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도 주역으로 캐스팅 되서 종종 왔었다. 류를 맡은 로베르타 카니지안Roberta Canizan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무난한 프레이징을 선보인다.
도나토 렌체티Donato Renzetti의 오케스트라 지휘는 선율을 강조하며 꽤나 전면에 나서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합창단의 소리는 녹음 때문인지 끔찍할 정도로 흐리멍텅하다.
여기에 도대체 어떻게 찍은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카메라 색감도 끔찍하다. 다이나믹 레이블에서 출시한 영상이 색감 퀄리티가 좀 구린 것 같기도 하다. 일단 회사 로고랑 자켓 디자인의 주황색 띠부터 저렇게 구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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