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생중계를 볼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데 이 공연은 꼭 봐야겠다 싶어서 잠 안자고 봤다. 라디오 중계였으면 조심히 넘겼을지 모르겠지만 영상 중계였다!
모퀴엠은 쿠렌치스의 초기 녹음 레퍼토리중 하나다. 2010년 녹음하여 2011년 발매했는데, 이 녹음은 당시에도 아주 특이한 음반으로서 이름을 꽤 날렸다. 하지만 이날 연주는 그때의 가벼움과 경박한 느낌이 줄어들고 훨씬 더 앙상하며 탄탄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면서도 쿠렌치스 특유의 음색과 색채감, 아티큘레이션 조절과 다이나믹의 마이크로 컨트롤을 보여준 명연이었다. 도미네 예수에서 보여주는 탁월한 대위법 감각은 정말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가 잘츠부르크에 데뷔한다니 기대도 기대지만 쿠렌치스가 잘츠부르크에서 본때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컸다. 잘츠부르크야 말로 유럽 클래식을 대표하는 가장 부르주아다운 음악제이고, 여기서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데뷔하여 인정받는 것 만큼 멋진 일이 있겠는가. 이게 빠심이란 거구나 싶었다.
지휘 쿠렌치스!
레퀴엠이라고 의상이나 머리부터 각잡고 나온게 느껴졌다.
합창단은 일렬로 오케스트라를 감쌌다.
프로하스카와 한 앵글에!
울기도 하고
울부짖기도 하며
멋지게 끝냈다.
잘츠부르크를 정복한 사람!
가까이서 찍으면 쿠렌치스도 나이들었다는 걸 알게 된다.
무지카 에테르나 악장은 인터뷰 모습이나 연주 모습이나 참 순해보인다.
쿠렌치스를 바라보는 프로하스카의 표정
헉헉 둘이 작업 좀 자주 해주세요
무지카 에테르나는 특이하게 공연이 끝나고 모든 단원이 함께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커튼콜 도중에 쿠렌치스는 직접 단원들 옆에 가 포옹을 하고 일으켜세웠다.
뒤에서부터 기립하던 관객들은 결국 모두가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원래 8월에 잘츠부르크에 가서 티토의 자비를 보려고 했는데, 잘츠부르크에 또 가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것 같아 포기했다. 그러고 9월 학회를 썼는데, 그 기간에 파리 샹젤리제에서 쿠렌치스 공연이 딱! 티토의 자비!
혹시 쿠렌치스 땀방울 세례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해서 1열 예매했습니다. 곧 보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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