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되는 것.

0. 이미 정해진 거니까 걱정이라기보단 불만이지만 왜 굳이 림코 판본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 림코 판본이 일반적인 청중 귀에 편하게 들릴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게 목표였으면 아예 차이콥 오페라를 하지. 

1. 그리고리 역의 신상근 씨는 훌륭한 커리어를 가졌지만 최근에 맡았던 역할들은 로돌포, 카바라도시, 만토바 공작, 동 조세, 알프레도 등이다. 그리고리 역은 수도원에 처박혀있다가 차르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뛰쳐나가 폴란드 공주까지 패기 하나로 꼬셔야하는 역할이다. 목소리가 잘 어울릴지 모르겠다. 2015년에 칼스루에에서 그리고리를 불렀기 때문에 캐스팅 한 것 같은데 직접 들어봐야 알 것 같다.

2. 피멘은 극중에서 비중으로 치면 세 손가락 혹은 네 손가락 안에 들 것 같은데 캐스팅이 많이 약하다.

3. 슈이스키 가수도 많이 약하다. 슈이스키 역 맡은 가수가 유로디비 까지 부른다는 말이 있던데 어찌 될련지. 

4. 솔직히 주역 몇명 빼면 캐스팅이 참... 이 캐스팅이라면 차라리 기타배역 아리아라도 적은 1869년 판본으로 하든가. 크렘린 장면에서 크세니아, 표도르, 유모 세 명이 과연 어떨지 걱정이다.

5. 기대했던 아나스타소프가 진짜로 미세먼지 때문에 (...) 하차했다. 이제 성악가들이 한국 가면 일본 방사능 걱정하듯 '야 거기 미세먼지 괜찮대?' 라고 서로 물어보겠지. 

6. 카자코프가 4일 연속으로 보리스를 부르나 했는데 용케도 블라디미르 바네예프를 데려왔다. 왜 바니예프라고 표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다행이다. 국오가 대타 구하는 능력하나는 대단한 것 같다.

7. 작년 12월 로메오와 쥘리에트에서 불어 발음을 대차게 말아먹었을 때 불어 딕션 코치가 있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러시아어 딕션 코치가 있다고 해서 안심이 되진 않는다. 정확한 발음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러시아어 처럼 들리기만 하면 좋겠다.

8. 합창이 매우 중요한데 로엔그린 때의 아쉬움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난리 날 것 같다. 크로미 숲 장면이라도 없었으면 그래도 연습량이 좀 줄었을 텐데, 이 장면은 이 장면대로 말아먹고 다른 합창까지 연습 못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애초에 오브리 합창단을 데리고 보리스 고두노프를 하겠다는 발상이... 



기대되는 것.

1. 지휘자 코차놉스키는 차그로세크, 파트릭 랑에 정도로 인상적인 지휘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고 있다.

2. 포다의 무대와 의상은 그의 연출 실력과 별개로 월드 클래스임은 분명하다.

3. 단장이 대놓고 포다의 팬이라는 걸 밝혔었고, 카더라에 따르면 포다에 대한 구애가 꽤나 길었나보더라. 아마 연출에 대한 간섭이 가장 적지 않을까 싶다.

4. 주연 카자코프와 바네예프는 아주 기대된다. 볼쇼이와 마린스키의 솔리스트 두명이 맞붙는다.

5. 바를람 역의 김대영 씨는 바이마르와 뉘른베르크에서 전속 가수로 활동했다. 왜 이 사람이 피멘을 맡지 않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사족이지만 인터뷰에서 무소륵스키가 보리스 고두노프를 당대 최고의 베이스 샬리아핀을 위해 썼다는 말을 했더라. 샬리아핀이 1873년생이지 말입니다. 미래를 내다본 무소륵스키ㄷㄷㄷ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보리스 고두노프>의 연출 포인트.

1. 드미트리 살해는 극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지만 무대 위에서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2. 보리스는 죄책감으로 병들어 죽는다. 아나스타소프도 이야기했듯이 죄책감으로 죽는 오페라 인물은 흔치 않다. 어떻게 보리스가 겪는 정신적인 압박과 고통을 전달할 것인가.

3. 이 작품에는 이상한 아리아가 많이 등장한다. 대부분 1872년 개정에서 여자 역할을 늘리기 위해 늘어난 노래다. 여관 장면에서 주인장의 '오리 노래', 크렘린 장면에서 유모의 '각다귀 노래'와 표도르의 뒤 이어지는 노래, 림코 판본엔 없지만 '앵무새의 노래' 등이 있다. 이런 아리아들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4. 각각의 장면이 상당히 파편화 돼있다. 인물들은 서로 각자의 이야기만 한다. 크세니아는 자기 약혼남이 죽었다고 징징대고, 바를람은 옛날 노래를 부르고 있고 표도르는 벌써부터 왕놀이를 하고 있다. 좀더 넓게 보면, 그리고리가 여관에서 탈출하는 장면은 왜 꼭 굳이 있어야할까? 음악적으로 쉬어가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연출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5. 주요 인물들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 대체로 해석이 비슷하겠지만 드미트리의 모습이 꽤나 다를 수 있을 것 같고, 보리스 역시 당연하게도 매우 중요하지만 슈이스키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여줄지도 당시 정치 상황을 묘사하는 키 포인트다.

6. 전체의 구조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대관식 장면의 음악은 보리스의 최후와 똑같다. 차르들은 마음의 평안을 위해 수도원에 왔지만 그리고리는 차르가 되기 위해 수도원을 뛰쳐나간다. 장면의 역할을 전체 흐름 속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이어진다.

7. 러시아의 민중들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이들의 삶과 각각의 이야기, 고통을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8. 이 작품은 다른 오페라와 비교했을 때 매우 연극에 가깝다. 피멘의 독백, 보리스의 독백, 보리스와 슈이스키의 대화, 마지막에 슈이스키의 등장과 피멘의 이야기, 보리스의 죽음을 어떻게 연극적으로 흥미롭게 표현할 것인가.

 

포다가 잘할 수도 있겠다 기대하는 부분: 1, 3, 4, 6

포다에게 기대를 안하는 부분: 2, 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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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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