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에 올렸던 글과 똑같다.

생각보다 비추 폭탄을 꽤나 먹었다.
나중에 전해듣기론 시모네 피아촐라의 컨디션이 매우 안좋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많이 본 공연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을 남기는건 꽤 위험한 일이고 조심스럽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감상에서 남들이 동의할 만수 있는 객관적인 근거를 대야하기 때문이다. 인상 비평 수준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예시를 기반으로 작성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썩 성에 차진 않는다.





롯데홀은 처음이다. 개관공연 예매했는데 파우스트의 겁벌과 겹쳐서 포기했다.


파우스트의 겁벌이 클래스 독창자 명이 멱살 캐리를 하는 공연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독창자만 빼면 아주 훌륭했다. 겁벌을 가느냐 정명훈 설샹을 가느냐 고민할 농담으로 정명훈이 캐스팅으로 겁벌을 하면 딱이겠다 했는데, 이번에도 겁벌의 캐스팅 퀄리티가 그리워지는 공연이었다.


정명훈이 국립오페라단이랑 공연한 것도 보고 시향이랑 콘체르탄테로 것도 보았지만 내가 오페라 알못이던 시절이다. 시몬도 정명훈이 한다길래 예습도 안하고 보았지만몇년이 지나고 나선 내용도 까먹을 정도였다. 그래서 이번에 오페라 지휘자로서 정명훈을 처음으로 제대로 접할 있지 않았나 싶다.


전주곡 부터 해석의 스타일이 확연히 드러났다. 트롬본과 파곳이 들어오는 부분에서 저음을 충분히 풍부하게 내주면서 확실한 무게감을 만들었다. 여기에 성악가들을 배려하기위해 오케스트라의 음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파올로와 피에트로가 이야기하는 대목부터 오케스트라는 성악가를 묻을 지언정 풍부한 소리를 버리지 않았다


시몬은 베르디 오페라 중에서도 장면전환이 빠른 편이다. 특히 프롤로그는 아리아 없이 셰나의 연속으로 있다. 정명훈은 각각의 부분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오케스트라 간주의 성격을 잡은 것이 포인트였다고 본다. 예를 들어 피에트로가 군중을 선동하는 장면 앞에서 현악기의 피치카토는 긴장감은 있지만앞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레치타티보는 대체로 쭉쭉 나아가는 편이었다



확실한 정명훈이 성악가 없이 오케스트라만으로도 음악이 완성되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콘체르탄테라 그런 점도 있겠지만, 이렇게 베르디 관현악이 풍성하고 다채롭게 들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오늘 공연에선 유독 비올라가 시종일관 뚜렷하게 들렸다. 베르디의 관현악이 가지고 있는 음표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느낌이었다. 시몬 이전의 베르디 오페라에선 이런 짓이 불가능할텐데, 정명훈이 시몬을 특히 사랑하는 이유 하나이지 않을까


피에스코와 시몬의 만남에서도 이런 점이 확연이 드러났다. 성악가는 그저 오케스트라에 얹혀 있을 오케스트라가 모든 이끌어나갔다


정명훈의 설정한 템포 변화는 상당히 폭넓었다. 1 아도르노와 아멜리아의 듀엣에서 카발레타 파트는 상당히 경쾌했다. 반대로 시몬이 아멜리아에게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아주 느렸는데, 덕에 질문이 꼬리를 이으며 아첼레란도 하는 장면이 살아났다. 정명훈 공연 중에 제일 인상적인 하나인 설샹 4 연주가 떠올랐다.


극의 구조나 내용에 특별한 해석을 부분도 있었다. 2막이 끝나고 박수가 나오기도 전에 3막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그랬다. 2 끝에 나오는 합창과 3 오케스트라 전주의 선율이 같다는 점을 이용한 건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프롤로그 마지막에 종을 치는 장면도 8분음표로 규칙적으로 치는게 아니라 타악기 주자 세명이 붙어 1812 카리용 치듯이불규칙하게 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악보에는 ‘Le campane suonano a stormo’라고 돼있는데 대충종들이 떼지어 소리낸다 뜻이다. 극의 내용상 난장판에 가까운 모습이더 어울리다고 생각한 하다.


정명훈 지휘의 중요한 장점 하나는 바로 오케스트라에 주는 프레이징이 상당히 명확하다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묶음이고, 어떤 프레이즈가 강조해야하는 마디인지 분명하다. 스칼라 오케스트라는 지시에 아주 긴밀하게 반응했다. 그래서 강렬한 투티가 나올 때나 선율적인 부분이 나올 때나 음악이 꿈틀거려 지루할 틈이 없었다.마지막 장면에서도 트럼펫이 크게 나오려니 제지시키면서 극을 너무 신파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끌어나갔다.


합창단 이야기를 빼놓을 없다. 파올로 노래 장면에서부터 기가막힌 소리를 들려줬다. 뒤로 간혹 시작이 안맞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도 실수야 . 무엇보다 합창단 딕션이이렇게 또렷하게 들릴 있다는 인상적이었다. 능력을 가장 살린건 역시 1 끝에서 ‘sia maledetto!’ 속삭이는 장면이었다. 음정 거의 없이 저걸 정확히 같은 발음으로 읊조리는데, 원래도 섬뜩한 장면이지만 오늘 효과는 최고였다. 여기에 서막 끝이나 1 끝의 대규모 합창 역시 정말 짜릿했다. 앙상블 걱정 없이 이렇게 시원시원한 합창을들을 있다니!


오페라에 오프 스테이지 합창이 워낙 많아서 어떻게 처리할까 했는데 그냥 앉아서 내는 걸로 했다. 극적인 효과를 생각하면 오프스테이지에서 들려야만 하는 부분이 많았기에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이것 때문에 솔로가 묻히는 경우도 많았고. 그래도 덕분에 합창 소리를 만끽할 있었으니 괜찮다.


가수들은 아도르노와 파올로를 제외하면 실망이었다.


일단 시몬역의 시모네 피아촐라. 이름부터 시몬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지만 시몬 역엔 정말 어울리는 가수라고 말하고 싶다. 투토 베르디 시몬 보카네그라 영상을 아여긴 파올로가 구리네했는데 파올로가 바로 오늘 시몬이었다. 일단 성량이 오늘 나온 주역 가수들 중에서 가장 작았다. 콘체르탄테라 오케 음량이 매우 큰걸 생각하면 치명적인 단점이다. 노래 거의 대부분이 묻혔다. 여기에 목소리가 시몬을 맡기엔 너무 부드럽다. 시몬이 어려운 이유 하나가 사랑에 빠진 남자, 자기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 그리고 제노바를 이끄는 도제라는 다양한 면모를 연기해야한다는 점이다. 1 뒷부분에서 합창단을 꾸짖고 파올로를 몰아붙이는 장면은 엄청난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쉽게 말해 도제를 죽이겠다고 달려오는 놈들이 지려서 반성할 만큼 압도적이어야 하지 않겠나. 하지만 가수는 그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파올로를 저주하는 장면에서 ‘con forza terribile’라고쓰여있지만 근처에도 못갔다. 그래도 자신의 목소리 안에서 프레이징을 하는 능력이나, 상황에 맞게 조용한 소리로 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제르몽 정도를 하면 괜찮을텐데 시몬은 아니다


피에스코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다. 오페라의 핵심 관계는 아버지와 딸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버지다. 서막에서 피에스코와 시몬의 듀엣이 나오고 끝에 다시 둘의 듀엣이 나오는게 괜히 그런 아니다. 오페라를 줄기로 보면 남자가 같은 비극을 겪고 마지막 순간에야 화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에스코나 시몬 가수가 대머리라는 우연이지만 극의 중요한 사실을 암시한 셈이다. 피에스코 가수는 둥글둥글한 소리를 가지고 있는 편인데 역에서 이상적인 소리는 아닌 같다. 일단 피에스코는말도 안되게 나이를 많이 먹어야 하는 역할이니까.. 프롤로그랑 1 사이가 25년인데 세대를 25년으로 잡아도 75 먹은 할아버지 아닌가. 무엇보다 피에스코는 항상 시몬의과거여야 하며 점에서 '늙은 시몬' 처럼 들리는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그래도 이건 너무 주관적인  기준으로 보는 같고, 1막에서 아도르노와 부르는 듀엣이나 3 듀엣에서는 좋은 노래를 들려줬다. 가수의 객관적인 기량으로 까일 만한 사람은 아니다.

잡썰이지만 3막에서 피에스코와 시몬이 부르는 듀엣이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라고 보는데 피에스코를 진짜 유령으로 연출한 사람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다. 스스로를fantasmi 부르기도 하고, 시몬이  피에스코의 용서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죽기 전에 환영으로 본다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아멜리아는 가수는 볼로냐 시몬 보카네그라 영상에서 아멜리아로 보았는데 별로였다. 기대했지만 오늘도 별로였다. 시종일관 강렬한 비브라토로 노래하는데, 1 아리아를 부를 때나 자기 잡혀간 이야기를 노래할 때나 아버지한테 자기 애인을 용서해달라고 때나 죄다 똑같다. 성량이 확실한 장점이지만 나에겐 듣기 싫은 소리였다. ‘가공할 만한성량이지만 가공을 했으면 하는 바람



아도르노 역의 파비오 사르토리는 아주 훌륭했다. 최근 나온 스칼라 아이다에서 라다메스를 기똥차게 불러서 인상적이었는데, 오늘 가수 중에서도 가장 훌륭했다. 성량과 강인한 목소리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목소리 연기력이 아주 훌륭했다. 1막에서 아멜리아와 사랑의 듀엣을 부를 때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를 들려주다가 2막에서는 분노와복수에 온몸을 떠는 목소리를 연기했고 시몬이 아멜리아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반응 역시 가사 하나하나의 느낌을 정말 전달했다. 2 아리아가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파올로 역의 김주택은 상당히 훌륭했는데 배역의 비중이 낮은 아쉬웠다. 요즘 이탈리아 메이저 극장 주역을 꿰차며 잘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궁금했는데 실력이 출중한가수라는 바로 느낄 있었다. 중간 중간 나오는 파올로의 대사를 표현했다. 개인적으론 조금 과장했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었다. 당장은 힘들지 몰라도 시몬을 불러도오늘 피아촐라보단 잘할 같다



그리고 자막. 내가 L블럭 앉아서 어차피 가수들 표정도 안보이고 이탈리아어 자막도 있길래 자막을 자주 봤다. 이탈리아어 자막을 함께 넣어준 정말 좋았지만 자막을 만든 사람은 이탈리아어도 모르고 음악도 모르는게 분명하다. 알파벳 액센트 표시도 거의 대부분 빠져있고 이상한 대문자에 바꿈도 완전 자기 마음대로고거기다 넘기는 사람도 끔찍했는데, 이렇게 자막 넘돌이가 망한 공연도 별로 없을 같다. 대화가 오가는 다른 페이지로 만들어논 데다가 자막 넘기는 사람이 타이밍을 전혀 못잡으니 있으나마나 순간도 많고, 아예 멈춰버린 순간도 상당히 많았다. 넘긴 적이 별로 없을 정도. 거기다 번역도 의역이 너무 많은 느낌이다. 직역해도 굳이 저랬나 싶은 대목이 많았다그리고 처음에 이탈리아어 폰트가 진짜 무슨 ㅂㅅ같은 거라 읽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중간에 자막이 꺼지더니 정상적인 폰트로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났다. 자막팀이어디 소속인지 몰라도 정신좀 차려야된다.


콘체르탄테지만 모두 암보로 것도 인상적이었다. 다만 연기는 별로 없고, 소품도 전혀 없었다. 간단한 몇개만 넣어도 나았을텐데 말이다. 거기다 조명 감각이 별로였다. 1 앞에 푸른색은 너무 이질적이고 촌스러웠다. 조명이 변환이 안되서 정명훈이 자꾸 위를 쳐다보면서 신호를 주더라. 어차피 이태리 연출 가지고 와봤자 딱히 대단하지도 않고 콘체르탄테로 하는게 현실적으로 훨씬 좋은 같다.




요약하자면 오늘 공연은 지휘자, 오케스트라, 합창단 세박자가 어우러져 아주 수준 높은 반주를 선보였다. 이런 반주는 외국 나가서도 다시 듣기 힘들테다. 하지만 가수는 사르토리를 빼면 스칼라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반주가 좋아도 가수가 구리면 반쪽 짜리 오페라가 된다는 보여줬다. 아쉬웠던 타이틀 롤이 라스칼라 본토 공연에서 레오누치/도밍고 더블 캐스팅에 아멜리아 역엔 크라시미라 스토야노바도 함께 캐스팅 되었다는 생각하면 더더욱 아쉽다. 너무 욕심인 알지만, 진짜 좋은 오페라 하나를 보려면 맞춰야하는 조각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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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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