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에 있던 국오 토스카를 못봤다. 국오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지 오래지만 까더라도 듣고 까자는 일념으로 대구에 갔다 왔다.


연출에 대한 혹평은 많이 듣기도 했고 애초에 이태리 연출은 마음을 비우고 본다.


토스카는 여러모로 연출의 다양성이 제한되어있는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이 뚜렷하며 공간적 배경은 선명하다 못해 완벽하게 고정돼있다. 산탄젤로, 산탄드레아, 파르네세 모두로마에 지금까지 건재하는 건축물이다. 트라비아타와 보엠의 파리와 토스카의 로마에는 장소의 뚜렷함에 있어서 비교할  없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전통적인 토스카 연출은도찐개찐이  운명일 수밖에 없다. 3 산탄젤로 옥상의 미카엘 상은 토스카의 필수요소  하나다. 여기에   사건과 행동이 너무나 뚜렷하며 음악과 밀착되어있기에 손을 여지도 부족하다. 연극적으로 각각의 대사가 확실한 인과관계로 서로 연결되어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비틀어 놓을 수도 없다. 보엠 1막에서 미미와 로돌포의 만남에서 그대의 찬손 까지 이르는 길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것과 달리 카바라도시와 안젤로티는 순식간에 절친이 되어야만 하고 토스카는 아타반티를 질투해야만 하고 스카르피아의 수사동선은 정해진 길을 벗어날  없다. 연극의 이야기가 너무 논리정연하니 다양한 해답이 나오기 힘든 것이다


다니엘레 아바도가 토스카의 시대적 배경을 옮긴 것은  점에서 충분히 해볼 법한 모험이다. 시대적 배경이라도 바뀌지 않는다면 토스카는 새로워지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여기에 작품에 있는 파시즘을 표면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일견 수긍이 가는 해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니엘레는  해석을 논리정연한 작품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다. 이태리 연출이 언제나 그렇듯 세세한 연기가 없으니 관객에게 해석의 당위성을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다. 현대 오페라 연출에서 배경을 바꾸고 프로젝션을 활용한다는  자체를 비판한다면 부당하겠지만, 문제는  내용이었다. 영상은 조악하고 음악에 어울리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시선을 분산시키기만 했다. 의도적인 건지 영상의 프레임 레이트가 상당히 낮았으며 각각의 이미지가 주는 의미가 모호했다. 공간적 배경을 표현하는 배경 그림으로서 프로젝션을 활용한 좋은 예로는 하리 쿠퍼의 2014 잘츠 장미의 기사를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시대를 바꾼 것은 뚜렷한 의도를 보여주지 못했다. 스카르피아의 복장은 스폴레타와 아무 차이가 없어지는데, 그렇다고 스카르피아의 악행이 사회의 파시즘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스폴레타에게 이어진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폴레타가 2 스카르피아가 되었으며, 스카르피아의 죽음이 파시즘 사회에 아무 타격도 주지 못했다는  표현했다면 한결 설득력있었을텐데.


사실 시대를 바꾼 것이 가시적으로 명확한 효과를 거두거나 연출 안에서 명확한 당위성을 획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메트의 2011 알슈 카프리치오는 시대적 배경을 1차대전 후로 바꿨는데,  배경이 작품에  어울리기만 한다면, 사람들에게 색다른 시각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시도라   있다. 토스카의 시대를 바꾼 역시, 비록 마렝고 전투라는 고정된 역사적 사건이 껴있기에  어렵긴 하지만, 시도 자체 폄하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연출가가 자신의 컨셉을 작품 전반에  명확히 표현하기위해 사용한 파시즘 이탈리아의 영상이나 영상 촬영 기사가 작품 자체와 섞이지 못하고 이질적인 존재로 남기 때문이다. 예전 국오 작품과 비교하자면 2015 화란인을 떠올려보자. 바다를 표현하기 위한 프로젝션이나 젠타의 발라드  사용된 영상들 모두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갔다. 서곡에 나왔던 영상은 음악의 모티프를 시각적인 대상으로 표현했고젠타의 발라드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토스카에서는 순수 관현악 파트가 아니라 가수들이 노래를 하고 있을 때에도 상당히 복잡한 영상을 병치시켰다는 점에서 까여 마땅하다


공간적 배경을 바꾼 것은 그래도 나쁜 선택까진 아니었다. 사각형 콜로세움을 컨셉으로 하여 모든 막이 같은 형태의 구조물을 공유하게 엮어놓았다.  공간이 공통으로 갖는 위압적이며 파시즘적인 면모를 생각했을  충분히 그럴싸한 선택이다. 다만 1막에서 (아마도 대리석을 흉내낸 듯한) 배경 구조물은 너무 조야해 보였다. 사각 콜로세움이라면 그것보다  위압적으로 만들  있었을텐데 허술하고 장난감 같아보인다. 맥비커의 명가수 역시 전막이 모두 같은 구조물을 활용하는데,  천장 구조물의 세련된 모습을 생각하면이번 무대는  아름답게,  분명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해 보인다. 멀리   없이 스테파노 포다의 셰니에 무대를 떠올려보자.


여기에 연기 지도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장면 안젤로티가 입장하더니 무대 한가운데에 당당하게 서서 노래한다. 감옥에서  탈출해서 숨어들어온 사람이라곤 상상할 없다. 안젤로티와 카바라도시의 만남에서도  인물은 쭈뼛쭈뼛 어색하다. 이탈리아 연출가들이 연기 지도가 노답인  하루이틀도 아니니  길게 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어떤연기나 동선이 어색했냐를 언급하는 것보다 그래도 괜찮았던  언급하는   빠를 지경이다 토스카는 연극에서 출발한 작품이고 진실한 연기만으로도 극이 완성되는 작품이다. 무대와 의상이 토나올만큼 진부하더라도 연기 하나를 살리는   신선한 법인데 다니엘레는 이를 놓쳤다


연출가가 한국의 관객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의 원인  하나일 테다. 많은 사람들이 1  데움에 나온 십자가형에 당황했을  같은데, 다니엘레는 이걸 오래된 민속 전통을 따른 십자가형으로 이탈리아 영화계에서 네오리얼리즘이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에 대한 오마주라고 표현했다. 과연  연출이 이탈리아 네오 리얼리즘 영화와 어떤 면에서맞닿아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할  없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라도 한국 관객 중에서 1950~70년대 이탈리아 영화를 챙겨본 관객의 비율이 얼마나 될지 과연 고민이나 했을까 궁금하다. 비슷한 예시로 바이로이트의 카스토프 반지가 떠오른다. 온갖 영화의 오마주와 독일 근현대사의 역사적인 상징들을 미친 듯이 활용했는데, 거긴 독일이었다. 여기에 그런 오마주와 상징이  작품의 모든 공간을 채워넣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카스토프와 달리 다니엘레는 연기 부재로 인한 텅빈 연극적 공간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불친절하게 툭툭 던져놓았다. 이탈리아 연출가 답게  얌전히 연출했다면 차라리 나았을텐데, 무언가  해보려는 욕심이 가장  단점으로 돌아왔다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테다. 여기에마지막 장면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촬영 기사는 루살카의 전기톱을 연상시키는  학민킴의 스멜이 모락모락 난다.


음악적인 면을 살펴보자. 서울 공연 B 캐스팅  스카르피아만 A 고성현이 맡았다. A 토스카 불가리두를 놓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울 일이지만 오늘 캐스팅만 하더라도 충분히 빼어난 팀이었다. 토스카 역의 에르난데스는 두터운 목소리에 적당한 비브라토, 괜찮은 표현력, 부족하지 않은 성량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김재형의 경우에 탁월한 기량을 갖췄지만 1 오묘한 조화는   취향이 아니었다. 완급조절 없이 너무  채워서 부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기량은 2 비토리아에서 만개해서 아쉬움을 완벽하게 날려줬다. 3 별은 빛나건만에서는 다이나믹의 폭을 훨씬  넓게 살려냈기에 관객을 휘어잡을  있었다. 고성현 역시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가수라는  여실히 보여줬다.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뱉어내는  주역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준이었다. 특히  문장으로 카리스마를 폭발시켜야 하는  등장 Un tal baccano in chiesa 1 마지막 Tosca mi fai dimenticare iddio 무시무시했다.  데움이나 2막이나 전반적으로 가장 노련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가수였다.


조역들 역시 모두 괜찮은 가수였다. 보통 조역과 주역의 성량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이번 공연엔 그런  전혀 없었다. 다만 조역들이 다들 너무 최선을 다하고어떻게든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인지 가볍게 지나가야할 대사가 너무 우렁차거나 강렬하게 처리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다.  스틸러가 되고 싶은 욕심은 이해하지만 연극적으로 부자연스러울 만큼 열심히 하는  .. 



서울 공연 지휘자가 ㅈ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신차오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신차오를 상당히 좋아했다. 부산까지 가서 2 보고, 중국 국립 오케스트라인가랑도  것도 보고 교향악 축제 9  것도 봤다. 부산시향에 있다가 행정적인 문제로 사퇴하길래  안타까워했는데 대구 오페라하우스랑 연이 있는지 올해cav/pag 맡고 토스카도 맡았다.


 신차오는 토스카에서 격정 상당부분 제거했다. 머리통 후드려칠  있는  시작에서부터 상당히 절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접  토스카  가장 좋았던 것이 대구에서다니엘 오렌이 지휘한 것이었는데, 격정  자체였던 오렌의 지휘를 생각하면  신차오의 지휘는  심심한 편이었다. 정확성을 유지하는데 몰두하여 교과서를 또박또박 읽는듯한 느낌에 처음부터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토스카가 들어올  등장하는 선율에서부터 본격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프레이징을 상당히 넓게 잡고 선율이 악기군을 타고 흐르는 것을 아름답게 세공해냈다. 잠깐 의심을 하는 장면이 지나 다시 선율이 아름답게 시작하고 선율이 종착지에 이를  푸치니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얼마나 섬세하고 환상적인지 새삼 깨닫게 해줬다


인상 깊은 장면을 몇개  꼽아보자. 2막에서 스카르피아가 통행증을 쓰는 대목에서 현악기가 2막의 비극을 표현하는 유명한 선율을 연주할  현악기는  하나하나에서 다이나믹이 넘실거리며 구슬피 울었다.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죽이고 나서  선율이 다시   다이나믹으로 등장하는데, 이때  신차오가  지휘봉은 미세하지만 격정적으로떨렸다. 의도적으로 손을 흔들어서 생기는 떨림이 아니라 주먹을 온힘을 다해  쥐면서 생기는  떨림이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오케스트라는 훌륭하게 반응했고 현악기가 저음현에서 에스프레시보를 연주한다는  어떤 건지 보여줬다. 토스카가 떠나고 스카르피아 모티프가 조용하게 반복되는 장면에서 극한의 피아니시시모를 이끌어 냈고 스네어 드럼의 타격 이후에도 쥐어짜내는 듯한 피아노를 보여줬지만 안타깝게도 관객들의 메트  박수로 인해 흥이 깨졌다.


3막에서 카바라도시의 아리아 , 오케스트라가  루체반  스텔레의 선율을 처음 연주할  튜뷸러 벨을 운명의 선언 마냥 강렬하게 쳤다. 뒤이어 첼로가 1막의 토스카 선율을다시 연주하는 장면은 특히나 탁월했다. 2 끝나고 인터미션 때도  대목을 첼로파트가 열심히 연습하던데, 그간 아쉬움이 많았던 대구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실력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종합적인 면을 평하자면  신차오는 특별히 서정적인 대목을 놀라울 만큼  처리하는데 반해 관객을 흥분시키는 다채로운 변화나 격정적인 면은 많이 아쉬웠다. 순간순간 분위기가 바뀌는 푸치니 오페라에서 충분한 대비가 없다는  꽤나  약점이다. 그래도 가수를 안정적으로 뒷받침 한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었다. 아마 가수와 리허설할 시간이 많이부족했을  같은데 조금은 딱딱한 템포변화가 그때문일  같기도 하다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대구 오페라 축제 오케스트라 이름이 대구 오페라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에서 “DIO 오케스트라 바뀌었더라. 대구 국제 오페라의 약어인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오페라 단체가 이탈리아어로 신을 뜻하는 단어와 같은 이름으로 쓰겠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DIO Orchestra 보면 다들 한번씩 흠칫   같다




다시 돌아와서 프로덕션 총평을 내리자면, 역시나 국오 치고 구린 퀄리티였지만, 학민킴 부임 이후 있었던 일련의 공연들을 다시 떠올려보자면 그나마 나은  토스카였다고 생각한다. 학민킴이 맡으면서  훌륭했던  트라비아타도 재연출로 말아먹었던  잊지 말자. 이병욱, 정치용, 페라타의 반주를 생각하면  신차오는 훨씬 훌륭하다( 신차오를섭외한  대구 쪽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보지만). 


 그런데 막상 이게 제일 나은 거라고 쓰고 나니까 갑자기 참담해진다. 파트릭 랑에와 아흐노 베르나르의  트라비아타가 얼마나 뛰어났던가! 포다의 셰니에 역시 아름다웠으며 진주조개잡이 역시 전통적이지만 따스하고 섬세한 색채를 선보였다. 스티븐 로리스의 화란인은 설득력과 개성을 겸비한 성공작이었다.  모든  예술 감독도 없이 얻은 성과였지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와선 그래도 생각보다 망하진 않았다는  위안을 삼아야 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휩쓸어 가는 문화계 소식을 들으며 어쩌면 국립오페라단이 회생할  있는 하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나뿐이 아닐  하다. 읍읍읍이 사실 읍읍읍 라인을 타서 읍읍 자리를 얻어냈다는 뉴스가 터지길 손꼽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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