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프랑스 오페라에는 제발 프랑스어 할 줄 아는 사람좀 써라!


스테파노 포다가 자기 유튜브 계정에 공연 전막 영상을 올려놨다. 이거 유니텔 입장에서 영업 방해 아닌가요ㅋㅋㅋㅋㅋ 자기가 저작권자라고 주장하려면 최소한 음악은 빼고 올려야하지 않나ㅋㅋㅋ


국립오페라단 보리스 고두노프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포다를 예습할 겸 이 작품을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별로 건질 게 없는 공연이다.



파우스트는 구노의 가장 인기있는 오페라이면서 프랑스 오페라에서 카르멘 다음 가는 2인자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오페라다. 파우스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많은 오페라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파리에선 1859년 초연 이후 1894년 까지 1000번 이상 공연됐고 런던에서는 1863년 부터 1911년 까지 매 시즌 상연됐다고 한다. 메트는 1883년 개관하면서 개관 작품으로 파우스트를 선택했고 그 이후로도 파우스트를 하도 많이 올려서 바이로이트 Festspielhaus에 빗대어 Faustspielhaus 라는 별명까지 얻었다고 한다. 

괴테 파우스트 1부를 이해하기 쉬운 연애이야기로 각색하였다는 점, 대체로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들, 1859년 초연 작품임을 감안할 때 상당히 화려하며 감각적인 오케스트레이션이 아마 인기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중간중간에 흥겨운 합창과 무용 음악이 곁들어져있다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화려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파리 오페라에서 퇴짜맞고 결국 테아트르 리리크Théâtre Lyrique에서 초연되었지만 후에 그랑 오페라 형식으로 변조되며 현재까지 활발한 표준 레퍼토리로 자리잡은 거의 유일한 그랑 오페라가 되었고 할 수 있겠다.

파우스트의 판본은 좀 복잡한 편이다. 심지어 처음 리리크에서 초연돼었을 때는 레치타티보 대신 대화체 대사가 있었다. 1860년에 스트라스부르에서 공연할 때는 레치타티보를 넣어서 공연했는데 이것이 후에 파리에 출판되는 판본의 기초가 된다. 이 때 몇가지 추가된 대표적인 것이 2막에서 발랑탱의 카바티나가 추가되고 4막에서 시에벨 로망스를 삭제한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넘버들의 순서도 많이 바뀌었다. 메트의 최근 프로덕션에서 메피스토펠레의 금송아지 노래 순서가 뒤로 가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여담으로 내가 본 파우스트 썰을 풀어보겠다. 나중에 정리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2014년 겨울에 학회 때문에 베를린에 간 적이 있었다. 당연히 신나서 오페라 극장을 열심히 쏘다녔는데 그 때 본 공연 중 하나가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파우스트였다. 레오 후세인이 지휘했고 마리나 포플랍스카야, 르네 파페, 마시모 조르다노가 주연을 맡는 빵빵한 캐스팅이었다. 캬 역시 베를린 오니까 이런 캐스팅도 볼 수 있구나ㅠㅠ 했지.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유였는지, 저 주연 세 명이 모두 펑크를 냈다. 극장이랑 싸운 건지, 주역끼리 친목질 한다고 사이좋게 밥 먹다가 식중독이라도 걸린 건지, 아니면 세명이 삼각관계로 썸타다 잘 안 돼서 서로 얼굴 보기가 싫어진건지 아직도 궁금하다. 앞으로 다시 보기 힘들 종류의 펑크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 베를린 여행 때 키릴 페트렌코는 베를린필 말러 6번을 펑크냈닼ㅋㅋㅋ하하하하하하하ㅏ하하 

결국 그 공연은 세 인물을 다 대타를 뛰게 했어야 하는데, 역시 베를린 답게 대타를 어찌저찌 잘 구하긴 했다. 그런데 정말 웃겼던 건 시간이 부족했는지 파우스트 역을 세 명이 나눠 불렀다는 것이다ㅋㅋㅋㅋ 1막 회춘 전 파우스트1, 그 뒤 회춘 후 파우스트2를 다른 가수한테 맡겨 "좋아 자연스러웠어!"를 시전했다. 여기까진 뭐..뭐지 이것도 연출의 일부인가 ㄷㄷ싶었는데 3막에 나오는 파우스트의 가장 유명한 아리아 Salut, demeure chaste et pure 는 또 다른 고음전문 가수 파우스트3이 오케스트라 피트 옆에 보면대 가져다 놓고 불렀다ㅋㅋㅋㅋㅋㅋ 그 때 아마 무대 위에 있던 파우스트2는 나름 립싱크 해가면서 연기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튼 그 공연 예습한다고 나름 파우스트랑은 친숙해졌다.


2015년 국오 안드레아 셰니에와 이번 파우스트를 보면서 스테파노 포다의 연출 스타일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피에르 루이지 피치와 마찬가지로 포다는 연출은 물론 무대 디자인과 의상 디자인 까지 도맡는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조명과 안무까지 모두 자신이 맡았다. 

 내가 이런 스타일의 이탈리아 연출가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같은 이야기를 샤이의 라 보엠에서 연출을 맡은 다비드 리베르모레를 평하면서 했었다. 이런 디자이너 연출가들의 공연에서는 결국 컨셉의 빈약함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난 포다의 연출도 같은 종류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점은 포다는 다른 디자이너 연출가들과 달리 연출에 자신의 컨셉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연 그게 득이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출가 본인은 이 작품에 대해 명확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포다는 이를 연극적 요소가 아닌 디자인적인 요소로만 전달한다. 

포다의 디자인은 시종일관 관객을 압도한다. 그의 무대는 언제나 말 그대로 압도적인 시각적 요소로 가득차있다. 대체로 모노톤이며 무대 위의 모든 사물이 질감에서부터 육중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무대가 정말로 무겁다. 하지만 각각의 무대 요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바닥에는 괴테의 문장들이 어지럽게 적혀져 있는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공연 장소가 이탈리아였다는 걸 생각한다면 저 문장들이 과연 디자인적인 의미 이외에 특별한 의미를 전달하고 싶긴 했던 건지 의문이 든다.



예컨데 2막에서 발랑탱이 메피스토펠레를 쫓아내는 장면은 상당히 아름답다.


내 취향은 무대에 있는 것들이 왜 저렇게 있어야만 하는지 명확히 설명되는 연출이다. 인물들의 동작과 무대 위의 사건에서 이야기가 명확히 규명되고 연출가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는 연출 말이다. 시각적인 요소는 별로 중요치 않다. 콘비츠니가 무대 배경 하나 없이 빨간 커튼에 의자 하나만 놓고 표현한 것이 내겐 가장 완벽한 연출이다. 무대와 의상 디자인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연출에 감동할 때는 그 연출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메시지의 힘 때문이지 시각적으로 황홀한 아름다움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포다의 디자인은 확실히 뛰어나다. 그는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가지고 무대 위의 공기를 짓누를 힘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2막 왈츠나 4막 군인 합창, 5막 발푸르기스 밤의 현대무용 안무 역시 상당히 수준급이다. 디자인과 안무를 모두 이 정도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그가 멀티잡을 뛴다고 해서 각각의 요소가 빈약해지는 일은 없다.

문제는 그가 이 파우스트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아이디어가 그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 능력 만큼 빼어난 것이냐는 점이다. 뭐 대본에서 특별히 바꾸지 않는 것이 이탈리아 연출 스타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포다가 이탈리안 치고 뭘 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연주나 연출이나, 악보대로 하지 않고 뭔가 자기 것을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하는 법이다. 예를 들어 2막에서 사람들의 그 획일화된 불은 옷과 괴상한 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처음에 잠깐 나왔던 모래시계는 왜 뜬금없이 피날레에서 다시 등장할까. 전반적으로 거대 담론만 있고 구체적인 표현이 부족하다. 여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가 크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가 항상 비슷한 것도 조금 아쉬운 점이다. 

전반적으로 그의 디자인 능력은 훌륭한 편이지만 작품에 대한 명확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연출가로서의 능력은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차라리 무난하게 친절한 연출이면 포지션이 확실할 텐데, 뭐 특별할 것도 없는 해석을 괜히 장황하게 풀어내는 느낌이다. 

아 참고로 여성 누드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최근 포다에 대해 안좋은 기사가 나와 이런 장면을 보며 약간 불편했다. 커튼콜 때 무대 기술진등 온갖 제작팀 직원들 데리고 나와 박수받게 해주던데, 뭐 괴수들 중에서도 학부생들한테는 천사같은 분들이 있지 싶었다.


합창단을 이용하는 것 역시 잘해낸다. 


노세다의 지휘는 안정적이면서 풍성하다. 일단 오케스트라를 통솔하는 힘이 상당하다. 오케스트라가 항상 자신있고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게 이끌어낸다. 간혹 나오는 투티의 응집력에서 역씌 노세다다 싶다. 다만 숨소리가 너무 커서 무슨 타악기 소리마냥 계속 들리는 것이 살짝 거슬린다. 한두 번이 아니라 조금 리드미컬한 대목이 나올 때마다 반복적으로 노세다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찰스 카스트로노보Charles Castronovo는 멋진 목소리와 인상적인 고음, 그래도 나름 무난한 딕션까지 훌륭하다. 도이체 오퍼 제비에서는 알리예바에 밀려 존재감이 좀 약했지만 이렇게 보니 괜찮은 가수임은 분명해보인다. 수염이 있으니 라이언 고슬링과 상당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도 좋고 은근히 얼빠가 꼬일 것 같은 스타성을 갖췄다. 

일다르 압드라자코프Ildar Abdrazakov는 요새 각광받는 베이스다. 압도적인 카리스마 등이 엿보인다기 보다는 모범적인 목소리와 시원시원한 노래가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이리나 룽구Irina Lungu는 프랑스 오페라에서 다시는 안 보고 싶다. 이탈리아어로 번역해서 부르는 줄 알았다. 듣는 내내 너무 갑갑해서 괴로웠다. 목소리도 좋고 고음도 잘 내지만 노래에 표현이 부족해 재미가 없다. 

발랑탱 역의 바실리 라드주크Vasilij Ladjuk는 헤어하임 라보엠에서 마르첼로로 나왔던 가수인데, 2막 카바티나를 부르는 순간 진짜 못 불러도너무 못 부른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한 음정과 메마른 목소리 등 내가 뭘 듣고 있는 건가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시에벨 역의 케테반 케모클리제Ketevan Kemoklidze가 오히려 매력적인 목소리로 역할 비중에 비해 좋은 노래를 들려준다.


요약: +노세다의 잘 세공된 지휘. 포다의 독자적인 디자인 스타일. 카스트로노보와 압드라자코프의 평균 이상의 노래

- 전반적으로 구린 딕션. 특히 이리나 룽구. 스케일에 비해 빈약한 연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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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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