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Rattle 이것이 딸랑이다. It rattles?

딸랑이에게 딸랑딸랑 거리는 런던! 런던 지하철에서도 이 광고가 많이 붙어있었다. 런던 심포니는 래틀에게 딸랑거리기 위해 부지런히도 준비했다. 


바비칸 센터 콘서트홀 쪽에 인터랙티브 딸랑이 감상관도 만들어 놨다. 


사실 래틀의 런던심 취임이 이번 시즌부터인 줄 모르고 있었다. 당연히 베를린필 끝나고 가는 건 줄 알았지. 근데 베를린필 마지막 시즌과 함께 런던심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영국뽕이 가득하다. 진짜 작정하고 치사량의 영국뽕을 주입하려는 것 같다. 헬렌 그라임스, 토마스 아데스, 해리슨 버트위슬, 올리버 너센, 그리고 마지막에 엘가로 방점을 쾅! 그것도 덩케르크 이후 국뽕의 상징으로 다시 한번 떠오른 님로드의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말이다.


사실 공연 자체보다 공연 외적인 것으로 더 인상깊은 공연이었다. 베를린필의 감독이라는 건 여러모로 상징적인 직책이다. 누가 뭐래도 지휘자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가 분명하다. 래틀을 두고 베를린필을 그만두고 어떻게 런던 심포니 같은 오케스트라로 갈 수 있냐는 비난도 봤다. 

하지만 이 날 공연을 통해 왜 래틀이 런던 심포니에 오고 싶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런던 심포니와 런던 청중들의 래틀에 대한 지지는 절대적인 수준으로 보였다. 영국 클래식을 대표하는 지휘자고, 영국 음악에 특별한 애정이 있고, 영국인으로서 자신을 숨기지 않는다. 베를린에 있으면서 베를린 필의 전통을 무너뜨린다는 비판을 들었었지만 런던에서 만큼은 금의환향이었다. 베를린에서는 안 먹힌 영국식 유머도 리허설 중에 많이 했겠지. 

당연하지만 정명훈도 떠올랐다. 래틀이 런던 심포니 맡는 걸 가지고 비난하는 사람 중에 과연 정명훈도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누구나 자신이 일하기 편하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곳에서 있고 싶어한다. 래틀은 이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고국에서 자기 하고싶은 거 다 하면서 살 거다.


연주는 좋았다. 현음을 공연장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듣는 것도 오랜만이다. 아르스 노바 때는 그래도 음악 분위기들이 다 달랐는데 영국 작곡가만 모아놓으니 다들 비슷하게 들리더라. 아데스의 아실라는 래틀이 버밍엄 심포니 때 초연하고 베를린필 취임때도 연주한 작품으로 이제 나름 현음의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이다. 아실라가 그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클럽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3악장 때문일 테다. 런던 심포니나 래틀이나 참 기가 막히게 잘하긴 하더라.

테츨라프는 작년에도 런던에서 보고 이번에 또 봤다. 버트위슬의 바협을 전반적으로 날렵하고 깔끔한 음색으로 어려운 패시지들을 처리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래틀 스타일이었다. 성부 균형을 독특하게 가져가면서 감정을 과장시키지 않고 부드럽게 가져갔다. 님로드는 잊을 수 없는 약음으로 시작했고 오버하며 극단적인 음악을 만들지 않았다. 한발 한발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슬픔이라고 해야할까. 피날레에서는 엘가 음악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차서 연주했다. 엘가 음악에서 종종 느껴지는 묘한 망설임이나 과도한 센티멘탈이 배제된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로 래틀을 반겼다. 로비를 돌아다니면 유명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스티븐 허프도 봤고, 앨런 길버트도 보였다. 하이팅크와 알랭 드 보통 닮은 사람도 본 것 같은데 착각이려나?


써야할 다른 후기가 있어서 이 정도로 끝내야겠다. 이미 이 공연은 머리 속에서 지워짐... 런심이랑 래틀이랑 둘이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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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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