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후기 처리하기 1. 본지 두 달도 넘은 오페라다. 헬리아네의 기적을 예습하면서 그래도 코른골트 대표작인 죽음의 도시를 한번은 봐야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은 강렬하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남편과 다소 정신병적인 주위 인물들의 파편들이 '죽음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노래는 마리에타의 노래라고도 알려진 Glück das mir verblieb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카우프만의 베를린 앨범 때였다. 코른골트가 세상에 내놓은 작품 중 바이올린 협주곡과 함께 쌍두마차를 이룰 만한 작품이다.

코른골트는 관객의 신파적 감정을 자극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 저 아름다운 멜로디를 작품 초반과 가장 끝에 두면서 뻔하디 뻔한 구조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이 아리아는 거의 치트키 급 역할을 한다. 죽은 부인은 성녀로, 부인과 닮은 마리에타는 창녀처럼 나오기 때문에 전형적인 성녀-창녀 이분법이 떠오르며 주인공 파울을 보며 '어우 전형적인 여혐종자인가' 싶다가, 마지막 이 노래를 다시 부르는 걸 듣자 '이 세상의 참된 순정남 파울느님ㅠㅠ'이 된다. 이야기의 개연성이고 뭐고 다 씹어드시는 선율의 힘이란...

재밌게도 작품에서 마리에타가 <악마 로베르>를 공연하는 것으로 나온다. 로베르를 본지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어떤 연관성이 있어서일까 궁금하다. 


반주는 올해 내한해서 호평을 받았던 스트라스부르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Rhin Opera 반주는 여기가 맡는 듯. 생각보다 반주의 퀄리티가 괜찮다. 이 영상을 먼저 봤더라면 스트라스부르 오케 내한 때 관심을 가졌을 텐데.

2001년 공연인데 요즘 한창 주가가 높은 두 가수가 주역으로 등장한다. 파울 역에 토르스텐 케를, 마리에타 역에 안겔라 데노케가 나온다. 각각 34세, 40세 일 때다. 두 바그너 가수의 젊을 적 모습을 볼 수 있어 상당히 반가운데, 둘다 어째 요즘보다 노래 더 잘하는 것 같다. 어렵기로 소문난 역할들이라 이 정도만 해줘도 훌륭하다.


연출은 세기말 느낌을 잘 살렸다만 내 취향은 아니다. 2막의 여러가지 이미지들은 메시지는 명확하지 않고 시각적으로 좀 어지럽다는 인상을 줬다. 대신 1막 끝에 부인의 환상이 나타날 때 무대 뒤편에 나오는 편광 간섭 무늬는 오묘한 멋이 있었다. 프로젝션으로 싸구려 CG를 쏘는 연출보다 훨씬 훌륭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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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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