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골레시의 걸작


<플라미니오>는 페르골레시의 마지막 오페라다. 그리고 역시 내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주말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면 페르골레시의 음악이 정답이었다. 본지 벌써 한달이 지난 것 같지만 늦게나마 후기를 쓴다.


모든 노래들이 프레이징이 명확하고 깔끔한 것이 전형적인 페르골레시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오페라 부파의 시초답게 곳곳에 센스있는 노래들이 들어간다. 고양이 소리를 흉내내는 장면이나 저렇게 심장 뛰는 소리를 흉내내는 노래 등 유머러스한 음악이 자주 나온다. 링크한 노래는 <코지> 2 막의 도라벨라-굴리엘모의 2중창 중 perche batte batte qui 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세리아의 화려하거나 멜랑콜릭한 아리아들 까지 함께 혼합되어 종합선물세트의 느낌이 물씬 난다.


 페르골레시의 간결하지만 아름답고 생동감있는 선율은 모차르트와 쌍벽을 이룰만 하다. 나에겐 선율만 가지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페르골레시를 꼽고 싶다. 모차르트가 치밀한 앙상블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데 천재의 면모를 보였다면 페르골레시는 각각의 아리아를 짧고 간결하고 귀에 꽂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물론 간혹 나오는 레치타티보 아콤파냐토에서 극에 음악을 붙이는 재능 역시 매우 뛰어나다는 걸 보여준다. 여기에 바로크적인 반주 스타일 역시 모차르트와는 차별되는 매력 포인트다.


내용은 변장과 오해가 섞인 세 커플의 연애담으로 오페라 부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작품 안에는 나폴리 방언과 이탈리아 어(투스카니 방언)가 섞여있다. 기본적으로 둘다 비슷해서 발음만 듣고 두 언어를 구별하는 건 힘들다. 하지만 극중에 나폴리 방언을 쓰는 것 가지고 다툼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폴리 출신 하인인 바스티아노가 자신의 연인인  Checca 의 이름을 자꾸 케카가 아니라 체카라고 불러서 구박을 받는다.


페르골레시 재단과 아트하우스에서 합작한 페르골레시 영상물 시리즈는 모두 뛰어난 공연 퀄리티를 자랑한다. 이 공연 역시 특별히 훌륭하다고 할만하다. 무엇보다 오타비오 단토네가 이끄는 아카데미아 비잔티나의 반주가 아주 훌륭하다. 박력 넘치면서 세부적인 뉘앙스까지 놓치지 않는다. 여기에 가수진 역시 구멍이 없다. 비중이 작은 역할이지만 소냐 욘체바가 아직 톱스타가 되기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젠 쿠렌치스와 한판 뜬 것밖에 떠오르지 않는 바리톤 비토 프리안테도 하인 역할인 바스티아노로 등장한다.

연출은 올림피아데 처럼 오케스트라를 노출시키고 사소한 소품만으로 진행한다. 오케스트라의 반주 비중이 크고 특별한 무대장치가 필요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페르골레시의 음악을 닮은 듯 간결하여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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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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