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후기.


텔레만과 헨델의 곡을 연주했다.

텔레만의 F장조 모음곡은 전곡 중 세 곡을 제외한 다섯 곡만 연주했다. 또한 원래 헨델 콘체르토 그로소 D 단조를 연주하기로 했지만 E 단조로 바뀌었다.


오케스트라는 전반적으로 실망이었다. 텔레만의 모음곡은 괜찮았으며 테너 반주 역시 좋았지만 헨델의 작품은 생기가 부족했다. 특히 콘체르토 그로소는 기본 앙상블이 흔들릴 정도였다. 수상 음악에서도 헨델 특유의 화려함이나 생기를 느끼긴 어려웠다.


하지만 보스트리지의 노래가 정말로 아름다웠기에 행복한 공연이었다. 보스트리지의 노래를 처음 들은 것도 대전 예술의전당에서였는데, KBS교향악단과 와서 공연했다. 이제서야 찾아본 것인데, 그 때도 오늘과 똑같은 헨델의 아리아  두 곡을 노래했다! 그 때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병약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오늘은 머리를 한껏 올려 세워서 닥터후의 피터 카팔디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보스트리지는 텔레만의 종교작품 아리아 두 곡, 헨델의 오페라 아리아 두 곡, 칸타타 한 곡을 불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아리오단테의 Scherza infida 였다. 헨델의 오페라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에게 배신당할 때, 혹은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때 부르는 아리아들이 항상 뛰어난 것 같다. 보스트리지는 이 아리아를 자유 자재의 다이나믹과 다채로운 색깔로 담아냈다. 가사 하나하나에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보스트리지가 브리튼 오페라를 노래하는 걸 언제한번 꼭 직접 보고싶다. 언제 한번 보스트리지의 가곡을 심도 있게 파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천하지 못했다. 이번 공연으로 보스트리지가 가진 실로 경이로운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계몽시대 오케스트라에 기대가 컸는데 많이 아쉬웠다. 대전예당의 열악한 음향 환경 탓도 있겠지만 콘체르토 그로소에서 보여준 산만함은 조금 충격적일 정도다. 지휘자 스티븐 디바인의 한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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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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