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방송교향악단 & 파보 예르비 & 힐러리 한 - 성남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출연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파보 예르비, 힐러리 한
기간
2012.06.10
가격
VIP석 140,000원, R석 120,000원, S석 90,000원, A석 60,000원, B석(특별할인석) 30,000원


2012년 6월 10일 일요일 17시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지휘: 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 :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 힐러리 한)

(앵콜 바흐 소나타 1번 1악장 아다지오, +현대곡)

브루크너 교향곡 8번

(앵콜 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우연치않게 파보예르비의 베토벤 3번 음반을 접하고 나서부터, 예르비는 제가 손에 꼽을 만큼 좋아하는 지휘자였습니다. 그래서 내한공연도 항상 고대했는데 09년도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와의 첫 내한 공연이 악단의 경제사정 때문에 취소되어서 눈물을 머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2010년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과의 첫번째 내한 공연부터 작년 12월에 있었던 파리오케스트라와 두번의 공연 모두 갔다왔습니다. 세 공연 모두 정말 베스트에 꼽을만큼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습니다.


반면 힐러리 한에 대한 기억은 그닥 좋지 않습니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이나 코른골트,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등 음반이나 영상들은 모두 정말 처음듣고 반할 정도로 좋아했지만 09년도에 있었던 밴쿠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은 실망이라는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단조로웠고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고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열기 같은 것도 없었으니까요. 같이 간 많은 친구들도 실망했고, 오히려 2부 환상교향곡이 훨씬 더 인상적인 공연이었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이번 공연은 처음부터 예르비와 프랑크푸르트 교향악단의 연주에 초점을 두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보너스라는 느낌일까요. 게다가 2부 공연이 각각 브루크너 8번과 말러 5번이니 교향곡만 좋아도 전혀 아쉬움 없는 공연이니까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안타깝게도 걱정한 대로였습니다. 힐러리 한의 연주는 모범적이라기 보다는 단조롭고 메마르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1악장 처음에는 음정과 박자도 좀 불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1악장 끝에 템포를 당긴다든가, 3악장 도입부에서 레치타티보 식 응창으로 셈여림 변화를 준 점 등 몇몇 인상깊은 부분들도 있었지만요. 또 오케스트라와 겹치지 않는 독특한 음색과 날카롭고 선명한 연주는 3악장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올해 초에 왔던 재닌 얀센과 비교를 안할 수 없는데, 재닌 얀센은 체구에 비해 훨씬 섬세한 연주가 인상깊었습니다. 다만 오케스트라를 뚫고 나오기엔 너무나 작은 음량이 조금 의외였습니다. 이에 반해 힐러리한은 뚜렷한 음색이 있지만 독특한 감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르비의 반주는 완전히 힐러리한을 돋보이게 해주는 연주였습니다. 피날레의 투티 같은 부분을 제외하면 협연자를 배려해준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계속 보여주었습니다. 힐러리 한은 계속되는 커튼콜에 앵콜을 두곡 선보였는데 첫번째는 바흐 소나타 1번 아다지오 였고 두번째 곡은 처음듣는 현대곡이었습니다. 아마 미국 작곡가가 민요 선율을 이용해 작곡한 곡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시작된 브루크너 8번은 굉장히 색다른 연주였습니다. 과연 파보 예르비 스타일이다! 라고 말하고 싶은 연주네요. 기존의 브루크너 연주와는 방향이 다랐다고 느껴졌습니다. 보통 브루크너 연주가 클라이막스를 향해갈때 점점 더 뒤로 당겨지는 연주라면 예르비의 연주는 꾸준히 앞으로 망설임 없이 나아갔습니다. 첫번째 연주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역시 첼리비다케인데 긴 호흡에 음향을 쥐어짜내는 연주라고 할까요. 예르비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해석은 종교적인 면이 아니라 건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했는데요 이 표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클라이막스에서 알라르간도를 이용하는 것은 극적인 긴장감을 주기 좋은 방법인데 이러한 수단을 포기하면서 얻는 이익들이 있습니다. 감정과잉에 다다르지 않는 것이죠. 예르비의 브루크너는 그런 점이 특징이었습니다. 이렇게 감정과잉에 다다르지 않아도 좋은 연주가 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의 앙상블과 음향이 뒷받침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은 안정적인 앙상블에 시원한 음향을 들려주었습니다. 멘델스존 때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 팀파니 주자도 4악장 도입부에서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고 금관의 코랄은 정말 균형잡힌 사운드였습니다.


앵콜은 작년에 이어서 시벨리우스의 슬픈왈츠였는데요, 벌써 예르비의 연주만 실황으로 세 번째 들었습니다. 유튜브에서도 도이치 캄머필하모니와 한 영상을 여러번이고 계속 보았었는데, 제게 굉장히 뜻 깊은 추억이 있는 곡이라 항상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슬픈 왈츠에 있어서 예르비의 해석은 전매특허 같은 느낌입니다. 짧은 곡이지만 제게 너무 여러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곡이라 내일 또 듣게 된다면 좀 버겁겠네요. 


오늘 서울에서 있는 말러 5번 공연도 굉장히 좋은 공연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성남 오페라하우스와 서울예당의 음향 차이를 느끼기에 좋은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블로그 이미지

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