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보 예르비 &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출연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파보 예르비, 힐러리 한
기간
2012.06.11
가격
R석 220,000원, 휠체어 R석 220,000원, S석 140,000원, 휠체어 S석 140,000원, A석 110,000원, B석 80,000원, C석 50,000원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20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파보 예르비

오케스트라 :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 : 힐러리 한)

(앵콜 : 1.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4악장 알레그로, 2.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3악장 안단테)

말러 교향곡 5번

(앵콜 : 1.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 2.시벨리우스 슬픈 왈츠 3.브람스 헝가리 무곡 6번)


어제에 이어서 또 한번 예르비와 힐러리한,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서론을 건너 뛰고 이야기하자면, 공연은 정말 매우 훌륭했습닌다. 협주곡에서부터 교향곡, 그리고 앵콜까지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은 어제와 달리 불안한 모습이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힐러리 한은 칼같이 정교하고 세련된 사운드의 장점을 잃지 않으면서도 곡에 변화를 주며 완전히 주도해나갔습니다. 한은 왜 자신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지 스스로 유감없이 증명해보였습니다. 1악장에서 너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어제 보여주었던 독특한 해석들의 장점들이 훨씬 돋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실망했던 힐러리 한의 진정한 연주를 듣고있는 것 같다는 점이 정말 기뻤습니다. 예르비는 여전히 협연자가 돋보이기 위해 도와주었고 덕분에 힐러리 한은 시종일관 자신의 사운드를 마음껏 뽐낼 수 있었습니다.


열화와 같은 커튼콜에 이어서 앵콜곡이 이어졌습니다. 첫 번째 앵콜이 끝나고 커튼콜이 멈추지 않자 두 번째 앵콜까지 해주었구요. 첫 번째 앵콜은 바흐 소나타 2번의 4악장이었습니다. 어제의 아다지오도 인상적이었지만 오늘의 바흐 연주도 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과연 첫 레코딩을 바흐로 선택한 이유를 알만한 연주였습니다. 때론 단점으로 지적받는 날카롭고 단정한 연주도 바흐에 있어서는 안정감과 신중함이라는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점이 가장 돋보였던 점은 바로 3악장 안단테 였습니다. 곡에는 시종일관 더블 스톱이 나오며 두 성부를 연주해야하는데, 힐러리 한은 이 더블 스톱을 너무나도 편안하게 연주하여 자연스러운 성부로 만들어냈습니다. 저음 성부의 8분음표가 나올 때 마다 매번 꾹꾹 눌러서 연주한다면 안단테 특유의 편안함이 사라지고 매 박마다 강박이 들어가는 부자연스러운 음악이 되어버리는데 한의 연주에서는 그런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이틀 간 들려준 4개의 앵콜 중에 가장 돋보이고 사랑스러운 앵콜이었습니다. 협주곡 연주도 좋았는데 앵콜 까지 좋았으니 얼마나 큰 선물입니까.


이어지는 말러 5번은 많은 말러 팬들에게 관심이었습니다. 예르비의 브루크너 보다는 말러가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에 취향에 더 부합하기도 할 것이거니와 5번의 인기도 한목했겠지요. 그리고 과연 예르비는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습니다. 깔끔한 성부 처리, 피아니시모 악구의 섬세한 프레이징, 금관악기 주자들의 열연 등 좋은 말러에 필요한 것들을 다 갖춘 연주였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오늘 공연에서 크게 느낀 것은 악장 간의 관계를 엮어 어떻게 하나의 곡으로 만들었냐 입니다. 숨가쁜 2악장과 3악장이 끝났을 때, 호른 오블리가토가 자리에 되돌아가기 위한 시간이 중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4악장이 시작하기도 전에 심장 뛰는 소리를 제 스스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순간 4악장의 하프와 현악기의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는데, 정말로 잘 계산된 진행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공연 볼 때 옆좌석에 아는 사람이 있는 걸 가끔 불편해할 때가 있는데 오늘 같은 공연이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이런 음악을, 그것도 이렇게 좋은 연주로 듣다보면 하염없이 울게되는데 옆에 사람 눈치보지 않고 울고 싶을 때도 있거든요. 다행히 오늘은 저 혼자였고, 아름다운 4악장을 원없이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감상에 젖어 있다가 5악장의 호른 소리가 강렬하게 꿈에서 깨어나라고 외치는 듯 시작했죠. 말러 5번에서 가지고 있는 긴장과 이완, 지옥과 천국을 계속 오가도록 만드는 연주였습니다. 파보는 악장 간 휴식을 상당히 계산적으로 쓰는 지휘자인데 예를 들면 베토벤 7번의 경우 2악장은 1악장이 끝나자마자 시작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변화를 오히려 쉬는 틈 없이 보여주는 셈인데 어제 브루크너의 경우 1,2악장이 그랬고 오늘 말러의 경우 4,5악장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여하간 이렇게 화려하고 짜임새있는 말러 연주를 들을 수 있다니 얼마나 행복한 공연입니까.


말러 5번이 끝나고는 앵콜을 무려 3곡이나 했는데, 예르비의 관객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앵콜은 브람스 헝가리 무곡 5번과 6번, 그리고 아니나다를까 시벨리우스의 슬픈 왈츠도 연주하였습니다. 이로써 전 예르비가 한국에서 연주한 슬픈 왈츠를 총 4번이나 들은 셈입니다. 작년 공연하느라 썼던 스코어에 가져가 싸인을 받고 간직하기로 하였습니다. 헝가리 무곡 5번과 6번은 2010년 동악단과 내한하였을 때 앵콜로 연주했던 곡인데 단순한 무곡을 얼마나 세련된 루바토로 연주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지요. 이번 연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파보는 내년에 브레멘 도이치 캄머필하모니와 내한하도록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세 오케스트라와 모두 내한하게 되는 셈인데,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베토벤을 연주해준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을텐데요. 예르비의 첫번째 내한 공연부터 계속 놓치지 않고 모든 내한 공연을 보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습니다. 내년에는 베를린필과 베토벤 1번, 시벨리우스 5번을 공연하기 때문에 디지털콘서트홀로도 만나볼 수 있는데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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