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잎부터 다른 로시니의 첫번째 오페라.


데메트리오와 폴리비오는 로시니의 첫번째 오페라다. 굳이 로시니를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기보다는 로시니의 첫 번째 오페라는 어떤 느낌일까 호기심이 생겼다. 대체로 자기 복제 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로시니 작품 중에서 별로라고 생각된 작품도 몇개 있었는데 첫 작품은 과연 어떨까? 다작한 오페라 작곡가 치고 첫번째 작품부터 성공한 사람은 별로 없지 않은가. 그나마 영상물로 남아있는 경우가 전집이 출시된 베르디나 모차르트 정도 뿐이 아닐까 싶다.


작품은 의외로 상당히 신선하다. 내가 브루스키노에서 느꼈던 단조로움이나 진부함이 어째서인지 이 작품에서는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분명히 전반적으로 로시니 스타일이긴 하지만 음악학자들은 이 작품의 일부는 로시니가 아닌 몸벨리가 썼다고 주장한다. 원래 이 오페라는 로시니가 몸벨리 가족을 위해 쓴 아리아나 듀엣 등을 활용해 오페라로 확장시킨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아리아보다 중창 등의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고 아리아 역시 평면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간혹 레치타티보 세코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아콤파냐토를 사용한다. 로시니의 간명하고 매력적인 프레이즈가 돋보이는 건 물론이고 드라마에 음악을 붙이는 솜씨도 훌륭하다. 극의 흐름에 비춰봤을 때 음악의 흐름이 상당히 명쾌하고 쉽게 수긍이 간다고 표현하고 싶다. 

내용은 좀 단순하다. 데메트리오와 폴리비오는 각각 시리아와 파르티아의 왕인데, 데메트리오의 아들 실베노는 어릴적 부터 폴리비오 아래서 양육되었다. 폴리비오는 실베노를 자기 아들 처럼 키우며 자기 딸인 리싱가와 결혼 시키려 한다. 데메트리오는 폴리비오에게 실베노를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좀 싸우다가 결국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등장 인물이 네명 뿐이며 작품 길이는 2시간이 조금 안된다. 등장 인물의 수가 적고 이야기가 주역들에만 집중돼있다는 점에서 낭만시대 오페라의 시작을 엿보게 한다. 아리아 반주로 합창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주역 네명은 몸벨리 가족의 음역에 딱 맞춘 것인데, 아버지 몸벨리가 맡은 테너 데메트리오와 소프라노 딸이 맡았던 리싱가는 가수의 기량이 훌륭했던 지라 아리아도 상당히 기교적이며 비중이 조금 더 높은 편이고 나머지 두 역할은 덜 하다. 몸벨리의 나머지 다른 딸은 콘트랄토로 바지 역할인 실베노를 맡았다. 베이스는 몸벨리 가족네 친구가 맡았다고 한다. 


다비데 리베르모레Davide Libermore는 샤이 라 보엠의 연출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 때 연기지도가 엉망이라 열심히 깠었다. 이번 연출은 무난한 편이다. 이 작품이 오랫동안 묻혀져 있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등장 인물들을 오페라 극장 안에 떠도는 유령으로 표현했다.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이 끝나고 불이 꺼지면 이 유령들이 나타난다는 컨셉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고 이 때문에 무대에 여러가지 마술 장치들이 나타나 보는 이를 흥미롭게 한다. 다만 이 컨셉이 작품의 내용보다는 작품 외적 컨텍스트를 활용한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확실해지는 효과는 부족하다.


페사로 로페라 페스티벌의 반주는 보통 볼로냐 극장 오케스트라가 맡는데 이번에는 로시니 교향악단(Orchesta sinfonica G. Rossini)이라는 단체가 맡았다. 볼로냐가 상당히 날카롭고 정제된 사운드를 내는데 비해 이 악단은 좀더 부드러운 소리를 냈다. 지휘자 코라도 로바리스Corrado Rovaris는 로시니 특유의 리듬과 프레이즈들을 생기있게 잘 살려내 작품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로페라 페스티벌의 다른 작품에 견줘도 충분히 뛰어나다.


페사로 오리 백작에서 나왔던 마리아 호세 모레노와 이지에 쉬가 또 다시 등장한다. 모레노는 오히려 이 작품에서 빼어난 기교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이지에 쉬는 역시 매력적인 목소리이지만 최근에 한 공연들에 비하면 조금 단조로운 감이 없잖아 있다. 어디까지나 내가 애정하는 이지에 쉬의 클래스에서 비교한 거고 충분히 훌륭하다. 베이스 미르코 팔라치Mirco Palazzi나 빅토리아 자이체바Victoria Zaytseva 역시 무난하다. 


본지 좀 됐는데 다른 리뷰 쓰느라 밀려서 못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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