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비행기에 타기 전에 올리려고 했는데 못 올렸고 그냥 넘겼다. 뭐 여행도 끝났는데 갤에서 관심 더 받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이 때 이후로 파파노를 다시 봤는데 뒤로 파르지팔 영상물에서 확신을 심어줬다. 역시 숄티의 후계자구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파파노의 공연


떠나기 전 급하게 쓴 후기 


나비부인 끝나고 1시간 뒤였기 때문에 저녁도 못먹고 바로 바비칸 센터로 향했다. 


바비칸 센터는 예당처럼 모든 종류의 예술을 커버하는 곳인데 바빠서 전혀 둘러보지 못했다. 공연장은 지하에 위치해있다. 화장실을 들렸다가 컬쳐 쇼크를 먹었는데 소변기가 따로 없이 벽에다가 그대로 용변을 보는 구조였다. 런던에서도 제일 부촌인 시티 오브 런던이 자랑하는 바비칸 센터의 클라스!






자리에 앉았는데 내 자리가 너무 사이드라 당황했다. 눈이 좀만 좋았어도 퍼스트 바이올린 악보도 읽었겠다. 보일 무대랑 객석이 이렇게 가까운 구조일지 몰랐다. 좌석이 팔걸이 달린 벤치라는 것도 신기했음. 


바비칸 센터 콘서트홀의 구조는 대강 예당이랑 비슷하다. 


프로그램은 1부 즈나이더 협연 베바협, 2부는 엘가 교향곡 2번이었다. 


즈나이더는 음반은 별로 들어보지 않았지만 예전 이반 피셔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내한 때 카바코스 대타로 뛴 차바협이 정말 불꽃튀는 공연이었기에 또렷하게 기억한다. 차바협 실연 참 많이 봤지만 그 때 만큼 대단한 연주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협연자와 오케가 미친듯이 경쟁해서 3악장 끝날 때 진짜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아마 공연 본 사람이면 그 때 객석 분위기를 다들 기억하고 있을 듯. 

베바협이 즈나이더의 스타일과 어울릴까 싶었는데, 즈나이더는 이 곡을 자기 스타일대로 소화해냈다. 소리가 상당히 날카로운 편이라 조금 안어울릴 법 한데 베바협도 기교로 승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특히 1악장과 3악장 카덴차는 너님 사람 맞으세요 싶었다. 크라이슬러 카덴차였는데 어떻게 더블 스탑이 저렇게 완벽하게 들어가지ㅋㅋㅋㅋ 베바협에 등장하는 빠른 패시지들이 깔끔하게 처리될때 얼마나 짜릿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연주였다. 

사실 즈나이더 연주보다 파파노의 반주가 더 독특했다. 무슨 베르디 연주하는 것 마냥 근육질의 베토벤이었음. 최근 대체로 베토벤을 가볍게 연주하는 트렌드는 개나 주라는 듯 오케를 쥐어짜냈음. 거기다 LSO음반에서 항상 또렷하게 들리는 그 특유의 팀파니를 강조하면서 폭발적인 느낌을 줬다. 1악장에서 현악기가 처음 팀파니 모티프를 포르티시모로 연주할 때 거칠게 물어뜯는 느낌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3악잔 후반부에 주제 선율을 관악기가 연주할때 템포를 좀 늦추고 춤곡 느낌이 나게 살려낸 것도 인상깊었다. 


런던 관객 수준 별거 없다고 이전 글에도 썼지만 심지어 1악장 끝나고 악장 간 박수도 나왔다. 내 옆에 앉은 아저씨는 주요 부분마다 몸 전체를 써가며 지휘를 했는데,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우리나라 사람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런 사람 엄청 거슬리기 마련인데 그래도 이 아저씨는 나름 비트랑 잘 맞고 박자를 맞추는게 아니라 프레이징을 표현하고 있길래 거슬리는 게 덜했다. 뭐 저렇게 큰 동작을 하는 것도 정말 완전 풍성한 선율 나올때만 그러는 거였으니 나도 뭔가 그 마음에 공감가서 그냥 참았다. 그리고 어차피 엘가 연주 할때는 저렇게 못할 거라는 걸 알아서ㅋㅋㅋㅋ


1부 끝나고 즈나이더한테 아예 박수를 안치길래 맘에 안들었냐고 물어보니 프레이징이 맘에 안들었다며 자기를 inspire하는 연주가 아니랜다. 



2부는 엘가2번! 실연으로 당연히 처음들어보는 곡이다.


대머리 아웃풋 갑이 밑이라면 영국인 아웃풋 갑은 파파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파파노를 높게 평가한다. 요즘 활동하는 사람 중에 이 정도로 오페라를 잘 하는 사람은 바렌보임, 무티, 틸레만, 벨저-뫼스트 정도라 생각함. 아 페트렌코가 빠졌네. 


이상하게 이 곡을 손댄 (비영국인) 지휘자 중에 오페라 지휘자들이 많다. 바렌보임도 최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랑 녹음을 남겼고 페트렌코의 dch 첫 공연도 이 작품이다.


전형적인 교향곡의 흐름과는 좀 다르게 방향성이 확실한 편이 아니다. 악보도 보고 음악도 자주 들어봐도 감을 잡는게 어려웠다. 3악장에서 나타나는 조울증은 말러를 연상시킨다.  피날레 역시 상당히 애매하게 끝나는데, 엘가가 악보 처음에 써놨다는 Rarely, Rarely comst thou, spirit of delight 에서 방점은 rarely에 찍혀있는 듯 하다. 


이 곡을 과연 파파노가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당황스러웠다. 파파노는 모든 부분에 온 힘을 쏟았다. 그게 문제였다. 엘가의 교향곡을 압도적인 파워 하나로 해결하려는 듯 했다. 투티가 나오면 시종일관 풀파워로 모든 걸 토해냈다. 런던심포니 수준의 오케스트라가 폭발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면 일단 귀는 황홀하지만 계속 듣고 있자면 도대체 이 음악은 어디로 가는 건가 싶은 연주였다. 투티 간의 격차가 없다는 것도 컸다. 포르티시모 투티에서 매번 풀파워로 연주했기 때문에 이거나 저거나 다 같은 투티로 들렸다. 뭔가 악장 안에서 딱 한번 황홀한 클라이막스가 있어야하는데 계속 사운드를 토해내니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이렇게 쓰고나니 떠오르는 지휘자가 한명일다. 숄티, 엄청난 펀치를 날리지만 그 패턴이 뻔해서 지루하다. 파파노랑 숄티는 로열 오페라 감독을 맡았다는 공통점도 있다. 소오름....


이제 히드로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돌아가면 블루레이 덕질이나 계속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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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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