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2% 부족하게 느껴진 공연.


르네 파페, 조셉 칼레야, 크리스틴 오폴라이스, 이렇게 세 명의 스타 가수들이 주역을 맡았고 지휘는 요새 잘 나간다는  오메르 메이르 벨버Omer Meir Wellber(이스라엘인으로 성은 독일어)가 맡았다. 그런데 뭔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작품 탓이었을까? 메피스토펠레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발매한 영상물로 한번 보았다. 로버트 카슨 연출에 압다르자코프와 바르가스, 파트리샤 라세트가 나왔고 루이소티 지휘였으니 상당한 캐스팅이다. 처음보는 작품이었지만 지루하지 않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느 파우스트 이야기에서든지 가장 흥미로운 부분인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 역시 인상깊었다. 하지만 이 영상을 본 건 몇년 전이고 그 동안 보이토가 작곡한 작품을 들을 일은 없었다. 

벨칸토 이후 19세기 중후반, 그 중에서도 1890년 이전의 이탈리아 오페라는 "베르디 강점기"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1850년 부터 근 40년간, 프랑스에서는 비제와 구노, 마이어베어, 오펜바흐, 토마와 같은 다양한 작곡가가 활동하던 시대에 이탈리아에서는 오직 베르디만이 걸작을 쏟아내고 있었다. 독일도 바그너 말고 별다른 작곡가가 없긴 했지만 이쪽은 원래 오페라 전통이 이탈리아-프랑스와는 조금 다른 곳이니 넘어가자. 그래도 슈트라우스 2세나 니콜라이의 오페레타 등이 이 시기에 함께 나왔다. 마스카니, 레온카발로, 푸치니 같은 다양한 후발 주자들의 작품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간 것은 베르디가 마지막 작품을 내놓기 3년전인 1890년 이후부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베르디 전성기 시절 작품 중 이탈리아에서 발표된 작품 중 지금까지도 어느 정도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은 폰키엘리의 <라 조콘다>와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정도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베르디와 비슷하면서도 베르디와 확연히 다르게 들리는 부분이 섞여있다. 좀 뭉뚱그려 말하자면 파우스트의 소재가 잘 드러나는 악마와 천사들의 음악은 베르디의 작품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성격이지만 파우스트와 마르게리타의 노래에서는 당연하지만 19세기 중후반 이탈리아 오페라의 향취가 분명히 난다. 성급하고 편협한 평가이겠지만 <메피스토펠레> 중 미스테리한 성격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장면들은 평범한 범작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어려웠다.


여기에 가수들 역시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칼레야의 노래는 감정이 부족해보였고 연기도 너무 딱딱하다. 처음에 메피스토펠레와 이야기하는 장면은 보기가 답답했다. 독특한 목소리가 매력 포인트라는 것 까진 알겠지만 마지막이 부족하다. 오폴라이스의 노래 역시 이번에도 별로였다. 쿠세이 연출 루살카에서 보여준 연기력은 참 좋지만, 노래를 정말 잘 하는 가수라는 생각은 한번도 못 해봤다. 파페야 잘하는 가수이지만 이 공연을 캐리할 만한 압도적인 느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연출은 시종일관 비슷한 색감으 무대로 진행돼 좀 단조롭게 느껴졌다. 지휘 역시 몇달이 지난 지금으로는 기억날 만큼 인상적인 것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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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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