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바흐의 유일한 오페라인 호프만의 최초 블루레이 영상물이다. 


굉장히 유명한 오페라이지만 여태 한번도 보지 못했던 작품이다.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들을 모두 재밌게 봤던 걸 생각하면 왜 찾아볼 생각을 안했을까 싶긴 하다. 박종호 시리즈로 나온 파리 오페라 실황을 볼까도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쌓아놓은 블루레이 보기도 바빠지면서 DVD 영상물에 소홀하게 되었다. 마침 호프만의 이야기 블루레이가 발매되어 바로 구입했다. 


지휘는 실뱅 캉브를랭Synvain Cambreling, 연출은 크리스토프 마탈러Christoph Marthaler가 맡았다. 캉브를랭은 테아트로 레알의 코지 판 투테를 인상깊게 들어 기억하는 이름이었다. 마탈러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었는데, 내가 본 것 중에서 2009 트리스탄과 이졸데, 2011 잘츠부르크 마크로풀로스 재판을 맡았던 연출가였다.


작품 자체는 내가 왜 이걸 이제야 봤을까 싶을 정도로 훌륭하며 내 취향에 맞는 작품이었다. 극적 구성도 흥미롭고 음악 역시 오펜바흐의 실력이 충분히 발휘된 작품이다. 그 유명한 뱃노래를 빼더라도 흥미로운 선율로 가득하다. 특히 일종의 극중극이며 옴니버스 구성이라는 형식은 많은 연출가들에게 아주 도전하고 싶게 만드는 소재가 아니었을까.


연출은 상당히 난해했다. 앞서 본 이 연출가의 다른 두 작품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길을 잃을 정도였다. 전막의 공간적 배경을 고정시킨 채로 진행이되는데 미술관 같기도 하며 화가의 작업실 같기도 하다. 오페라가 시작하기 전 스팔란자니 역을 맡은 가수는 관람객을 데리고 다니는 가이드 마냥 사람들을 이리 저리 안내하고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무대 중앙에는 시종일관 누드 배우가 있으며 몇명의 화가들은 꾸준히 그 모델을 바라보며 스케치를 하고 있다. 앙드레를 비롯한 세 막의 엑스트라 배역을 맡은 가수는 누드 가수가 땀을 닦은 화장지를 정성스레 보관하며 향을 음미한다.

이런 정신나간 초현실적 공간에 호프만이 거의 신경쇠약에 걸린 것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뮤즈는 니클라우스로 분장하려 하지만 끝내 바지를 다 입지 못하고 거의 뮤즈 본인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1막은 중단없이 똑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스팔란자니는 합창단원을 리모콘으로 조종하는데, 올랭피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기계라는 것을 보여준다. 막 순서는 올랭피아-안토니아-줄리에타 순서다. 4막 다페르투토가 FC 바르셀로나의 엠블럼이 비치는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더라. 

그 뒤로는 대체로 비슷하지만 에필로그에서 스텔라가 노래 대신 포르투칼의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의 Ultimátum de Álvaro de Campos중 한 대목을 스페인어로 미친 듯이 호프만을 쏘아 붙인다. 때문에 스텔라 역은 가수가 아닌 연극배우가 맡았다. 이런 과감한 해석 역시 오페라가 미완성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내용은 대충 부르주아 예술에 대한 비판이라 카더라.



연출이 너무나 이해가 안가 찾아보았더니 무대 배경 부터 마드리드의 Círculo de Bellas Artes를 활용한 것이고 뜬금없었던 조각상으로 분장한 엑스트라 역시 그 곳에 있는 Jump from Lefkadha라는 조각을 표현한 것이었다. 바이로이트에서 카스토프 반지를 보았을 때 베를린 곳곳의 건물과 역사를 메타포로 삼았던 걸 이해하지 못해 참 서러웠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자기 도시의 공간을 오페라에서 메타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참 부럽다.


노래는 전반적으로 훌륭하다. 타이틀 롤의 에릭 퀴틀러Eric Cutler는 목소리나 표현, 딕션 모두 좋았다. 네 악역을 맡은 비토 프리안테Vito Priante는 안정적인 발성과 딕션을 보여주었지만 악역에 기대하는 연기나 표현은 조금 부족했다. 올랭피아 역의 아나 두를로브스키Ana Durlovski는 최근 본 슈투트가르트 몽유병 여인의 아주 훌륭한 아미나였는데, 여기서는 올랭피아 특유의 기계같은 느낌을 아주 잘 살려냈다. 기교적으로도 매우 훌륭하다. 안토니아와 줄리에타는 미샤 브뤼거고스만이 맡았는데 비브라토가 살짝 과하지만 나쁘지 않게 들었다. 뮤즈/니클라우스 역은 오터가 맡았는데 목소리에서 나이를 속일 순 없지만 명확한 딕션과 프레이징에서 관록을 보여준다.  


실뱅 캉브를랭의 지휘는 살짝 독특한데, 여기에 녹음까지 악기 가까이서 되어있기에 조금 과장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흥미로운 연출이지만 호프만의 이야기 입문용으로는 절대 추천하면 안될 것 같다. 여기에 여성 전라 노출이 끊임없이 등장하니 구입할 때 고려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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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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