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머만(Bernd Alois Zimmermann)의 작품을 처음 들은건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에서였다. 우부 왕의 저녁을 위한 발레가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 때 프로그램 북에서 '병사들'이라는 작품에 대해서 읽었던 것 같다.


오페라는 병사를 사랑했다가 버림받고 창녀와 같은 삶을 살게된 한 여인의 이야기다. 한 순수한 인간이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타락해간다는 주제인데,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장교가 '창녀는 창녀가 된 순간 창녀일 뿐이다'라고 말하자 교구목사가 '창녀가 되도록 강요되지 않았다면 어떤 창녀도 창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반박하는 장면이다. 전체 이야기는 병사들이라고 하는 집단의 특성이 어떻게 한 여인을 망가뜨리는 지를 다루고 있다.

 베르크의 보체크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여주인공의 이름이 마리인 점과 전체 오페라가 15장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같다 .


12음기법을 주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현대 오페라 중에서도 유난히 어려운 편이다. 애덤스나 글래스의 오페라 처럼 일정한 리듬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수들의 노래 역시 끊임없는 도약을 보여준다. 중간중간 음악 어법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비슷한 형태의 음악이 계속된다. 


승마학교라는 뜻의 펠젠라이트슐레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공연장 중 하나로 객석에는 지붕이 있지만 무대쪽에는 지붕이 없는 반야외 극장이다. 네제-세겡 지휘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역시 펠젠라이트슐레에서 상연되었다.


치머만의 병사들은 스케일이 아주 큰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이라 제대로 상연하기가 어려운 작품인데 펠젠라이트슐레는 이 작품을 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다. 충분히 넓은 오케스트라 피트는 물론 무대 양끝에도 오케스트라 단원이 조금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선정적인 장면을 노출이 없음에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짚을 활용한 것은 성행위의 시각적인 자극을 억제하고 사건 자체의 충격성을 사실적으로 전달하는데 효과적이다.

마리 역으로 보이는 스턴트가 외줄 타기를 하는 간주곡 장면 역시 마리의 삶을 잘 표현해주는 연출이었다.


20세기 후반 가장 중요한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음악을 받아들이는 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나 거대한 스케일과 충분히 현실적인 줄거리 때문에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페트렌코 지휘의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의 공연이 인터넷 중계된 적이 있다는데 기회가 되면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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