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mes amis 의 하이라이트도 포함돼있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코미크를 최고의 캐스팅으로 선보였다.


어느 정도 알려진 오페라 중 내가 아직 보지 않은 오페라의 수를 세어본다면 아마 도니체티가 가장 많지 않을까. 특히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만든 튜더 삼부작이나 루크레치아 보르자 같은 경우 블루레이로 사놓기만 하고 여태 보지 못했다. 마침 서울시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 공연도 있고 하니 도니체티의 희극 오페라를 하나 보기로 했다.


연대의 딸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도 여러모로 사랑스러운 작품이었다. 사랑의 묘약, 돈 파스콸레 등에서 들을 수 있던 흥겨운 멜로디도 훌륭하고 극 중 마리와 토니오가 부르는 느린 아리아 역시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 개인적으로 2막 후반부에 마리와 토니오 슐피스 세 명이 모여 우리가 이제 다 같이 모였다라고 삼중창을 부르는 대목에서 괜히 눈물이 낫다. 첫 구절의 재기발랄함 뒤에 이어지는 저 따스한 화성이라니. 도니체티는 정말 관객의 마음을 자극할 줄 아는 작곡가구나 싶다.


나탈리 드세는 여러모로 마리 역에 적격이다. 꽤나 많은 양의 프랑스어 대사를 소화해야하기에 프랑스인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드세는 연극 배우로 전향할만큼의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가수다. 무대 위에서 사랑스러운 마리의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해낸다. 노래의 경우 특유의 목소리 느낌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이런 캐릭터를 표현해내는 가수를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다.

플로레스의 불어는 살짝 어색하게 들리는 편이지만 큰 문제는 없다. 무엇보다 흉악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Ah mes amis를 이토록 경이롭게 노래할 수 있는 가수가 요즘 어디있겠는가. 그 가학적인 고음은 듣기만해도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삼중창 다음에 부르는 아리아가 특히 훌륭했다. 가사의 분위기에 맞게 조심스럽게 읊조리는 듯 노래하는데, 정말로 몰입해서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슐피스 역을 맡은 코르벨리 역시 발군이다. 이 아저씨 불어도 이렇게 잘했나? 대사도 많은 역인데 훌륭하다. 중창에서의 솜씨 역시 요즘 바소 부포로는 1인자로 꼽을만하다. 슐피스의 아리아가 없다는 점은 참 안타깝다. 


지휘를 맡은 브루노 캄파넬라Bruno Campanella 는 처음 보는 노지휘자였지만 극 전반을 맛깔나게 잘 살려냈다. 


무엇보다 로랑 펠리의 연출이 참 멋지다. 아는 지인께서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로 로랑 펠리를, 최고의 연출로는 아마 이 연출을 꼽았던 것 같은데 정말 바로 수긍할 수 밖에 없다. 로랑 펠리는 원래도 유쾌하고 세련된 연출을 잘 해냈는데 이 작품은 여러모로 그의 장점이 잘 드러난다.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동화같은 무대하며, 곳곳에 숨겨진 유머코드, 그리고 관객을 감동시키는 감동 코드까지 아주 잘 집어낸다. 마리가 연대를 떠날 때 연대 사람들이 선물을 챙겨주며 진심으로 슬퍼하는 장면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또한 1막 마리의 첫 아리아에서 음악에 맞게 과장된 동작을 하는 것 역시 센스있는 연출이다. 그걸 완벽하게 자기 옷 처럼 소화해내는 드세도 훌륭하다.


2막에서의 대사로 이어지는 장면들에서는 웃음 빵빵 터지도록 만들어준다. 아주 특이한 것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상황과 캐릭터를 현실적으로 만들어내 관객들에게 다가가게 만든다. 마지막에 토니오와 연대가 결혼식장에 쳐들어오는 장면을 과장한 것 역시 너무나 사랑스럽다. 



고민없이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있는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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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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