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라인드본에선 티치아티 지휘, 구트 연출로 <티토의 자비>를 새로 올렸다. 8월 3일에 중계하고 10일 까지 다시보기가 되었는데, 하필 제안서 마감이 11일이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영상물 발매 될때까지 1년 정도 기다리겠지만 당장 한달 뒤에 티토 공연을 보러가야하니 궁금한 마음에 녹화를 떠보기로 했다. 다시보기가 끝나는 날 새벽에 퇴근하면서 녹화해보니 게인이 너무 낮게 잡힌 걸 제외하면 생각보다 잘 저장됐다. 



티치아티는 2015년 글라인드본 후궁탈출에서 계몽주의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상당히 괜찮은 사운드를 뽑아냈다. 깔끔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사운드, 대체로 빠른 템포를 활용하지만 너무 가볍지 않고 적당히 풍성한 음색의 연주다. 전반적으로 확실하게 치고 빠지는 처리도 잘해줘서  1막에서 티토의 입장을 환영하는 합창에서 보여주는 생기있는 반주는 기대했던 것보다도 훨씬 뛰어났다. 표정도 풍부하며 아티큘레이션 정리도 확실하게 되어있다. 어차피 쿠렌치스와 비교상대가 되긴 어렵겠지 싶었는데, 자신만의 스타일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 공연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분명히 티치아티다.



가수들은 대체로 노래가 평범한 편이다. 티토 역의 리처드 크로프트Richard Croft는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음색을 가졌지만 순간순간 드라마틱한 감정도 어느 정도 표현해낸다. 특히 레치타티보 연기가 꽤 괜찮다. 안나 스테파니Anna Stéphany는 안정적인 목소리와 모범적인 목소리로 세스토를 풀어나간다. 감정 표현이 조금 아쉬운 편이다. 2막의 첫 3중창의 Ramenta chi t'adora에서 오케스트라가 fp를 살짝 늦춰서 들어가는데 전주 스타일을 무시하고 인템포로 가서 삐걱거리는 부분이 있는데, 섬세한 표현을 맞춰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비텔리아 역의 앨리스 쿠트Alice Coote는 모차르트를 부르기에는 목소리가 조금 무거운 편이다. 덕택에 마녀같은 느낌의 비텔리아를 표현해낸다. 네이글스테드의 비텔리아가 냉정하고 차가운 악당이었다면 쿠트의 비텔리아는 비열한 느낌까지 준다. 극적인 느낌을 주는건 잘해서 Non più di fiori에서는 상당히 폭넓은 표현을 선보인다. 

안니오는 무난하지만 세르빌라는 표현이 좀 과해서 별로였다. 



구트의 연출은 티토-세스토 관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서곡을 시작할 때부터 영상으로 어린 티토와 세스토가 호수가에서 같이 노는 영상을 보여준다. 티토가 세스토에게 느끼는 배신감을 표현하기 위해 티토와 세스토 관계를 확실하게 설정해준다. 그러더니 1막 피날레 애도 합창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또 무대 전체에 영사한다. 그렇게 되더니 2막에서는 아예 그 호수가가 배경이 된 것 처럼 나타나고 안니오의 '티토한테 돌아와줘' 아리아에서 다시한번 무대 전체에 회상씬을 영사한다. 그리고 세스토의 아리아 Deh, per questo istante solo 에서는 결국 신파력이 폭발해서 영상 속의 아이들이 직접 무대로 뛰쳐나온다. 아니 구트양반 요새 CJ에서 후원받으세요?? 그리고 어렸을 때는 분명 또래로 보이는 두 사람이 어쩌다 어른이 되서는 아버지 아들 뻘이 된 거지...

푸블리오 역할에 더 비중을 둔 것, 1막 합창에서 역동적인 동선, 구트의 단짝 크리스티안 슈미트의 사실적이며 공간 분리에 메시지를 담은 무대 등 훌륭한 요소도 많지만, 티토와 세스토의 우정에 너무 많은 것을 걸어버렸다. 티토와 세스토의 관계만 부각되며 나머지 인물 간의 관계는 무게를 잃었다. 이번 공연은 구트의 글라인드본 데뷔였는데, 전반적으로 깔끔한 디자인과 자연스러운 연기지도와 같은 장점들이 무리한 해석으로 죽은 것이 아쉽다.


티치아티와 구트, 글라인드본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지 잘 보여준 공연이다. 글라인드본은 언제나 모페라에 많은 공을 들여왔고 이번 결과물 역시 크게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보단 더 잘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고 본다.


블로그 이미지

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