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도 더 지났지만 차근차근 남겨야해서 기록.


작년 크리스티의 내한을 놓치고 아쉬움이 컸다. 크리스티의 나이도 많으니 다시 내한을 올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번엔 한화 클래식으로 초청된 거라 표값도 싸고 대전 공연까지 잡혔다.

바로크 오페라에서 크리스티의 위상은 독보적이다. 라모 헨델 몬테베르디 등 작곡가를 가리지 않는다. 그런 크리스티이다 보니 기대가 큰 것이 당연. 


하지만 공연의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대전 예당의 음향은 언제나처럼 구렸지만 바스티유에 비하면 크게 나쁘지 않았다. 피트가 없기에 객석 바로 앞까지 노래 부르는 가수들의 노래는 깔끔하게 잘 전달됐다. 가수들 한명 한명 기량도 뛰어났다. 특히 다프니스 역을 맡았던 테너나 주피터 역을 맡았던 베이스가 인상적이었다. 훌륭한 지휘자가 선택하고 훈련시킨 가수들은 확실히 노래가 다르다.


문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었다. 오케스트라는 무대 깊숙이 앉아있고 합창단은 오히려 더 객석 쪽으로 나와서 불러야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니터 화면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합창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앙상블은 카오스 일보 직전으로 불안해졌다. 몇마디를 부르고 나서야 겨우 하나의 템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내의 앙상블 역시 정교함과 거리가 있었다. 뉘앙스가 살아있는 바로크 프레이징에서 명망있는 단체다운 센스를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앙상블은 나사가 두 바퀴 정도는 풀려있는 느낌이었다. 한 마디로 연습이 제대로 안 돼있었다. 혹시나 하고 공연이 끝나고 찾아보니 최근 몇달간 이 프로그램을 공연한 적이 없었다. 파리에서 본 쿠렌치스나 가디너 공연처럼 같이 빡세게 연습해서 몇달간 투어를 다니는 것과 완성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무용 역시 보기에 불편했다. 고전 발레 등에서 음악과 무용이 딱딱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너무나 불편하다. 이번 공연에서 역시 같은 프레이즈에 같은 동작을 하는데 묘하게 박자가 계속 달라졌다. 온비트에 점프를 할 때도 있고 정점에 다다를 때도 있고 착지할 때도 있다. 발매된 영상을 봐도 비슷한 느낌이 있는게 원래 안무 자체가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이런 가격으로 볼 수 있는 건 참 좋았지만 한참 삐걱거리는 앙상블 때문에 실망이 더 컸다. 다음에는 한창 준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블로그 이미지

D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