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예당에서 이틀 동안 좋은 공연이 연달아 있었습니다. 6월 3일 일요일에는 프랑스 시대연주 단체인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 월요일에는 다니엘 뮐러-쇼트의 리사이틀이 있었습니다. 두 공연 모두 6월 5일 화요일에 서울에서 공연하겠네요.
르 콩쉐르 스피리튀엘의 공연의 독특한 점은 바로 프로그램입니다. 프랑스 바로크 하면 쉽게 떠오르는 륄리나 라모가 아니라, 샤르팡티에르, 브로사르, 부테이에 같은 교회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공연한다는 점도 중요했지만, 더 독특했던 점은 바로 이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순서를 섞어가며 하나의 음악 작품처럼 이어서 연주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같은 단체가 글로사 레이블에서 발매한 음반에서 미리 살펴볼 수 있습니다.
대전 예당 아트홀은 시대 악기 연주에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르 콩세르 스피리튀엘의 연주도 그런 점에서 조금 걱정되었습니다만 생각보다 음향은 훨씬 훌륭했습니다. 첼로와 비올, 베이스 바이올린, 오르간으로 이루어진 기악 반주와 남성 12인조 합창단의 밸런스가 매우 잘 맞았었죠. 또한 곡 중간중간 미사의 기악 편곡 버젼이 들어가 지루하지 않게 배치하였습니다. 최근 들은 몇몇 시대연주들 중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음향이었습니다.
뮐러-쇼트는 바흐 무반주 모음곡 2,3번, 브리튼 첼로 모음곡 3번을 연주했습니다. 저번 서울시향과 엘가 협주곡을 볼 때 섬세하고 절제된 감정이 인상적이었는데, 바흐와 브리튼도 약간 그런 스타일이었습니다. 최근 녹음된 음반들에서 들을 수 있는 풍성하고 달콤한 소리와는 거리가 멀고 딱딱하고 거친 소리였는데, 사실 처음에는 컨디션이나 악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전체적으로 감정기복이 별로 없는 연주였는데, 브리튼에서는 덕분에 극단적인 감정 대조가 잘 살았던 것 같습니다. 바흐 연주는 테크닉적으로도, 해석적으로도 약간 아쉬움이 남는 연주였습니다. 도돌이표를 완전히 이어서 연주하거나 적당한 꾸밈음은 새로웠지만 다른 바흐 연주에 비해 큰 장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었어요. 5월 15일 비스펠베이의 연주와 비교되는 점도 있었으니까요.
으 시간도 없고 하니 첫 후기는 짧게 줄여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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